■ 소화기·비뇨·생식기 등 역할많은 '배' 통증

복통은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배는 우리 몸의 소화기와 비뇨·생식기를 담고 있는 가장 큰 그릇이다 보니 문제도 많이 또 자주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들이 하나같이 복통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아픈 환자는 많은데 왜 아픈지를 밝혀내야 하는 의사는 배보다 머리가 아파지는 묘한 증상이다. 복통의 원인은 단순한 원인에서부터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홍성엽 교수의 도움말로 복통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보자.

△복통의 가장 큰 원인은 '위염'=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위 또는 십이지장 같은 상부위장관의 염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인데 실제로 건강검진을 위해 위내시경을 실시하면 대부분이 위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흔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특히 대다수 위염은 위산의 과다분비 때문인데 그 원인인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배를 움켜쥐고 오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복통을 유발하는 질환 중 수술을 하지 않으면 치료가 되지 않는 질환에는 급성충수염이 있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맹장 끝에 달린 새끼손가락 크기의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처음에는 채한 것처럼 윗배의 통증과 구역질, 구토만 유발하기 때문에 처음 본 의사들은 대부분 위염이라고 오진하기 쉽다.

이와 함께 복통을 일으키는 흔한 병은 담낭 및 담관 결석이다. 특히 40대 이상, 여성, 비만 등 특정 조건이 맞는 경우 생기기 쉽다. 식사 후에 이유 없이 체한 듯한 복통과 메스꺼움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반드시 담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방질 섭취가 증가하고 비만인구가 증가하면서 현대인에게 점점 많이 나타나고 있는 질병 중의 하나다.

장염은 복통과 더불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 것이 특징으로 특히 여름철에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대부분 환자들이 설사와 발열이 있으면 식중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식중독은 원인균이 발생하기 쉬운 음식을 먹은 이후 발열과 설사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으로 집단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설사를 한다고 해서 식중독의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어렵다.

마지막으로 가장 극심한 통증은 흔히 아이를 낳는 산모의 통증만큼 아프다는 요로결석이 있다. 아침에 갑자가 옆구리에 통증이 발생하고 사타구니와 아랫배로 뻗치는 통증이 극심하게 발생하지만 요로폐색 이외에 중대한 합병증이 거의 없고 자연적으로 배설되는 경우가 많아 웃으며 퇴원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병력 청취만으로도 대부분 진단 가능=복통의 진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병력이다. 발생 시각과 복통의 양상, 구토, 설사, 발열 등의 동반된 증상을 듣는 것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다. 복부 단순 엑스선 검사는 시행이 간단하고 복막염과 같은 중증합병증을 진단할 수 있지만 사실 진단에 큰 도움은 안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복부컴퓨터단층촬영을 많이 하게 된다.

흔히 CT라고 하는 복부컴퓨터단층촬영 검사는 대부분의 질환에서 급여처리를 받을 수 있고 복통의 원인에 대한 최종진단에서도 아주 중요한 검사로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복부초음파가 있다. 이 검사는 CT 검사가 도입되기 전까지 복통의 원인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검사법이다. 하지만 영상의학과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즉시 검사가 힘든 경우가 많아 현재는 소아나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한 응급검사에서 간혹 사용되고 있다.

△원인모를 복통 진단에는 진통제가 효과 =과거에는 많은 의사들이 진통제를 사용해 배가 아픈 사람의 통증을 치료해주면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는데 장애를 준다고 확신하며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80년대 이후 진통제를 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하는 대규모의 연구가 다섯 차례 시행된 결과, 원인이 불분명한 복통환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통증이 완화되고 의사가 진단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증명됐다. 다만 소염작용이 있는 진통제의 경우 복막염 증상을 위장할 수 있어서 사용을 피해야 한다.

복통의 궁극적인 치료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내시경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중재적 시술이 증가해 수술적 치료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또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환자의 통증감소와 장기입원으로 인한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의술이 발달하고 있다.

홍 교수는 "많은 질병들이 초기에 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복통이 생기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라며 "복통을 방치하지 않고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쉽게 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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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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