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야 정치적 이유 때문에 신체적으로 고문받거나 심지어 죽음을 당하는 일이 대한민국에는 없다고 믿지만 불과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었던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시대를 살았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정치적 이유로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지금 막 감옥을 탈출해 나온 정치범 안젤로티를 자기 목숨을 걸고 보호해 주려는 화가 카바라도시야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따라 자기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를 애인으로 둔 토스카의 심정은 어떠할까?

고문실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자기의 애인 카바라도시의 절규들 들으며 웃음 짓고,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자신의 몸을 요구하는 사악한 경찰청장 스카르피아 앞에 서 있는 토스카의 선택은? 이러한 절절한 이야기가 이탈리아의 천재적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극적인 음악과 결합하여 탄생한 오페라 '토스카'는 1900년 로마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둔 이래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 오페라의 시간적 배경인 1800년 6월 17일의 상황은 당시의 로마가 처했던 상황 그대로이며 또 이 오페라의 초연 때에는 실제의 공간적 배경인 성 안드레아 성당, 파르네제 궁, 성 안젤로 성채 등뿐 아니라 당시에 사용되었던 고문기구들까지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푸치니의 사실주의 오페라의 극치를 보여준다.

푸치니가 그의 전작 오페라 '라보엠'에서 그의 음악의 서정성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면 다음 작품인 이 '토스카'에서는 어둡고 비극을 암시하는 자극적인 화성과 드라마틱한 음악의 급격한 흐름 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1막에서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가 부르는 '오묘한 조화'와 스카르피아 역의 바리톤이 부르는 '요원 세 명과 마차 한 대', 2막에서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3막에서 죽음을 앞둔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이 이 오페라에서 주옥같이 빛나는 아리아들이며 1막과 3막에서 나오는 소프라노 토스카와 테너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이중창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곡들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