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투여 환자 식후 30분부터 무리한 달리기·계단오르기 금물

날씨가 맑고 선선한 가을은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만큼 애칭도 많다.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매일 진료실에서 당뇨병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로서는 가을을 운동의 계절이라 말하고 싶다. 지나치게 덥거나 춥지 않은 가을 날씨는 운동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관리에 있어 운동 요법은 필수이다. 적절하고 꾸준한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시켜 혈당을 떨어뜨리며 장기적으로는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당뇨병 관리와 일상 생활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정신 건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당뇨병 환자의 경우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만큼 일반인에 비해 운동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또한 당뇨병 관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만 기대한 채 부주의하게 운동을 즐기다가는 당뇨병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안전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

우선 인슐린 주사제나 치료약을 투여 받는 당뇨병 환자는 식후 30분 이후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당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인데다, 공복 시 또는 식사 전에 무리한 운동을 할 경우 저혈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혈당은 혈당이 급격히 낮아지는 증상으로 인슐린 주사제나 설폰요소제와 같은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투여 받는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뇌손상 등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등산이나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 중에 갑자기 발생할 경우 낙상 등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운동을 마친 후에는 식욕이 높아져 간식 등 먹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이 때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특히 당뇨병 환자는 운동 후 과식을 할 경우 혈당이 생각보다 많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의 양이 기대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속 5 킬로미터의 속도로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걷기를 30분 동안 했을 경우 120-150 킬로칼로리 정도가 소모되는데, 이는 식빵 한 쪽 반만 먹더라도 만회되는 양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운동 후 과식으로 인해 운동 효과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의 강도와 종류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합병증의 유무와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 망막병증이 심한 환자는 망막출혈이나 망막박리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만큼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이나 저항성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말초신경병증이 심해 발의 감각이 둔해진 경우 발 부위의 피부 궤양이나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계단 오르기와 강도가 높은 달리기 등 발에 체중이 무리하게 실리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이기상 대전 새서울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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