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변비

최근 들어 운동 부족, 식생활의 서구화와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대장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장질환 가운데서도 변비는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 1명이 겪고 있는 주요 질환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변비 환자들은 본인이 진단하고 임의로 약을 사 먹거나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으로 자가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전문의의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러한 약제나 식품 중 상당수가 약효가 빠른 자극성 완하제(배설물을 촉진하는 약제)를 주성분으로 하거나 복합제제로 사용돼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 효과는 크지만 장 운동의 자율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악성 변비로 발전하게 된다. 치질, 대장암 등 모든 항문 질환의 원인이 되는 변비의 원인과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약물 ·기타질환 등 이차적 원인 파악이 우선=변비는 대장이나 직장 항문 자체의 운동 장애로 인한 특발성 변비와 다른 기저 질환이나 여러 가지 약제에 인한 이차성 변비로 구분한다. 이차성 변비의 원인은 대장암과 항문 협착 등의 기질적 병변, 갑상선기능 저하증이나 당뇨병 등의 내분비 질환과 파킨슨병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중추신경계병변 등 전신 질환이 있다. 또한 칼슘 길항제, 마약성 진통제, 항정신신경제, 철분제제, 제산제 등의 약물복용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이차적인 원인을 배제한 만성 기능성 변비 환자는 세가지로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대변을 형성하는 음식과 수분 섭취량이 적은 경우다. 둘째는 흔히 서행성 변비, 대장 무력증이라고 부르는 대장 운동이 저하되는 경우이며 마지막으로 직장 항문의 배변 기구가 변을 볼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변비의 진단은 우선 변비의 이차적인 원인인 약제, 기질적인 질환 및 전신 질환을 배제한 뒤 자세한 문진, 신체검사를 통해 만성 변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변비가 최근 발생했거나 점점 악화될 때, 혈변이 동반될 때, 변의 굵기가 가늘어질 때, 체중감소, 식욕감소 등이 동반될 때,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의 전체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이차적인 원인이 없고, 충분한 식이섬유의 섭취에도 불구하고 변비가 지속되는 환자는 대장의 운동기능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대장의 운동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로는 항문직장 내압검사, 풍선배출검사, 배변조영술 등이 사용된다.

△ 완하제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대부분의 변비 환자들은 하루에 한 번 규칙적으로 배변을 하지못하는 경우 완하제를 사용해서라도 꼭 배변을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도 배변이 불규칙할 수 있다. 변비 치료는 발병 원인에 맞춰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변비의 분명한 원인이 있는 경우 이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원인이 없는 경우는 먼저 고섬유식사, 하루 1.5-2ℓ의 수분 섭취, 규칙적인 배변 습관과 배변 자세유지 및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성인의 경우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하루 20-35g 정도의 식이섬유 섭취가 권장된다. 섬유소량을 처음부터 급하게 올리는 경우는 복부팽만, 복부 불편감 및 부글거림이 발생할 수 있어 서서히 조금씩 올리는 것이 좋다. 식이 섬유량이 높은 곡류, 과일, 야채, 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식사 때마다 일정한 양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섬유 식이요법이 모든 변비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서행성 변비 환자나 골반저 근실조증 환자는 고섬유 식이 요법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배변습관은 변비의 치료는 물론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운동이 가장 활발한 아침·저녁 식사 이후 또는 걷고 난 이후 화장실을 가는 것이 좋다. 또 변의가 느껴질 때 곧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배변시 힘주기는 5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고관절을 구부려 쪼그리는 자세나 보조 받침대를 발아래 놓는 것도 배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치료에도 변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약제 사용을 고려하는 좋다. 먼저 부피형성 완하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삼투성 완하제로 교체하거나 함께 사용한다.

이후 소화관 운동 촉진제를 추가할 수 있으며, 장기간의 변비나 복부 팽만이 심할 때는 자극성 완하제를 단기간 사용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대장통과시간 측정, 항문내압검사, 배변조영술와 풍선배출 검사를 시행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대장운동저하인 경우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심각한 경우 대장 절제수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 약물에도 효과가 없다면 `바이오 피드백` 치료=`바이오 피드백` 치료(행동치료)는 배변시 골반저 횡문근을 이완하게 훈련하고 배변시 효과적으로 복압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환자를 교육하는 치료 방법이다.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는 변비 환자들도 바이오피드백 치료에서 높은 효과를 보인다. 주로 골반저 기능이상에 의한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는 서행성 변비 환자의 일부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 현재까지 치료 성공률은 60~90%로 알려져 있다.

변비의 원인은 다양하며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대장암의 증상이 변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심해지거나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의 검사가 필요하다. 약물에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 일부의 서행성 변비환자나 골반저 기능이상을 보이는 변비 환자는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변비 치료에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검사를 통해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오정현 기자

도움말=구훈섭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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