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장기로 여겨졌다. 삼국사기 '구토지설'에서 토끼의 간은 병에 걸린 용왕의 딸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으로 그려진다. 사람이 되기 위해 간을 먹는 구미호를 다룬 구전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간을 뜻하는 영어 단어 'Liver'는 생명을 뜻하는 'Life'와 어원이 같다.

'인체의 화학공장', 혹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간은 단백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각종 대사작용, 해독작용 및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면역기능을 담당한다.

간은 생명 유지에 있어 꼭 필요한 장기이지만 손상에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 세포의 파괴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기능이 크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간질환이 진행되고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원한다면 간에 대해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B형 또는 C형 간염과 같이 만성화되기 쉬운 간질환을 앓고 있거나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정기검진을 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정상인에 비해 30-100배 높고, 간암의 70%는 만성 B형 간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아닌 '생활 속 불편함'으로만 여기거나,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 비율이 높다. 증상이 없고 불편함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간질환을 방치할 경우 증상의 악화는 당연한 일이다. 치료의 대상이 되는 B형간염 환자들은 의사 처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투약해야 한다.

C형 간염의 경우 페그 인터페론 주사와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질병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과거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도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면 신약에 대한 정보와 새로운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건강한 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의 개선도 필요하다. 지나친 음주와 비만은 심각한 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는 장기간에 걸쳐서 간에 손상을 주는데,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대부분이 간에서 대사되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 절제된 음주습관이나 식습관을 생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금주를, 비만에 의한 비알코올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균형 잡힌 식습관, 적당한 운동, 정상체중 유지 등을 실천해야 한다. 간에 좋다는 소리에 무턱대고 민간요법에 현혹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효능과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 등은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고 해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대한간학회는 올바른 간질환 인식 확산 및 국민들의 간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0월 20일을 '간의 날'로 제정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4회 째를 맞이하는 올해에도 '건강한 간을 위한 5가지 약속'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제 헬스케어 패러다임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헬스케어 3.0으로 변모하고 있다. 간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있어 기본임을 명심하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간, 보고 또 보길 바란다.

김석현 충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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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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