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습진

전업주부인 장이화 (45) 씨는 최근 주부 습진이 재발해 피부과를 찾았다. 설거지나 빨래 등 손에 물을 묻히기만 하면 시작되는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주부들의 경우 사시사철 손에서 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 씨는 요즘처럼 날씨가 건조해지면 심해지는 습진 때문에 남에게 손을 보이는 일도 꺼려지고, 손을 쓰는 일도 걱정스럽다.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주부습진이지만 만성화되면 대인관계 문제는 물론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완치가 어려워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주부 습진에 대한 궁금증을 을지대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물·세제에 장시간 닿은 손, 주부습진으로 발전='주부습진'이란 수부 습진의 일종으로, 주로 빨래, 설거지 등 가사일로 인해 손이 물과 합성 세제에 자주 닿는 주부의 손에서 많이 발생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대표적인 '주부병'으로 꼽힌다. 마늘, 양파, 고추 등의 자극성 채소나 간장, 소금, 고춧가루 등의 향신료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물이나 세제에 장시간 피부가 닿으면 각질층에 손상을 주고 피부의 방어기전이 무너져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 또 습진은 아토피성 피부염 병력이 있는 민감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부 습진에 걸리면 다른 습진에 비해 가려움의 정도는 약하지만 손가락 끝의 피부가 얇아지고 홍반이 생기며 마른 각질이 일어난다. 더 진행되면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오기도 하는데, 손가락 중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오른손의 첫째, 둘째, 셋째 손가락의 끝 부분에 많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 전체와 손바닥, 손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드문 경우에서 손목, 손등으로까지 번지는데 비누세제나 물일, 고무장갑, 흙일,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의 원인 때문에 악화될 수 있다.

△ 완치 쉽지 않아 발병 초기부터 치료해야=주부습진은 재발이 잘되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주부습진을 앓고 있더라도 병을 가볍게 여겨 굳이 병원을 찾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주부습진이 심해지면 단순히 손이 가려운 정도에 그치지 않고 물건을 들거나 쥐는 행동, 뚜껑을 여는 것 등 일상 생활 속에서 사소한 행동에서도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불편함은 결국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주부습진은 초기에 항소염제가 섞인 국소 스테로이드크림이나 연고제를 바르면 증상이 대부분 호전되며, 만약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내복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서 최대한 빨리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부습진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이를 피하는 것이다. 피부가 물이나 세제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본인이 고무제품, 향료, 금속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확인해 주의해야 한다. 마늘이나 양파 등의 자극성 물질과 오렌지나 키위 등의 과일은 직접 손에 닿지 않도록 하고, 습진이 있을 때에는 생선이나 날고기 등을 직접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는 "되도록 너무 뜨거운 물을 쓰지 말고 가능한 일을 몰아서 하며 손을 씻고 난 뒤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한 후 피부 보호제를 발라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현 기자

[주부습진 Q&A] 뜨거운 물·비누로 손씻기 안돼요

△손을 오랫동안 자주 씻는 것이 주부습진 예방에 좋다?=습진은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부습진이 물과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손을 씻을 때에는 너무 자주 씻거나 오랜 시간 동안 씻지 않는 것이 좋으며, 씻은 후에는 곧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손을 씻을 때에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자극을 줄이는 방법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할 경우 피부의 피지막을 쉽게 벗겨 내게 되어 세균 감염이 되기 쉽고 가려움이 심해질 수 있다.

비누의 경우 순한 성분의 비누나 지방 성분이 많이 포함된 것을 소량만 사용하고, 비눗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충분히 씻어내는 것이 좋다. 이미 습진이 생겼다면 비누로 손을 씻지 말고 흐르는 물에 닦아주기만 하는 것이 좋다.

△땀이나 물이 들어가 축축하게 젖은 고무장갑이라도 계속 낀다?=고무장갑은 외부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다. 하지만 고무장갑은 내부의 수분이 증발되는 것도 막아 오래 착용하면 손을 물에 담그고 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고무장갑을 착용하기 전 마른 면장갑을 먼저 착용해 습기의 흡수를 도와주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수분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경우 잠시 벗어두거나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주부습진이 있는데 손톱 모양이 변하면 손톱 무좀에 걸린 것이다?=주부습진으로 인해 손톱 주위에 병변이 심해지면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자라고 세균이나 진균(곰팡이)의 침범이 쉬워지지만 모양이 이상하다고 균에 감염된 것은 아니다. 습진으로 인해 손톱 자라는 부분이 일시적으로 손상을 받아 모양이 변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 없이 투약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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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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