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사진展 16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

 이성희作 '가려진 입구'
이성희作 '가려진 입구'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 김훈, '풍경과 상처' 中

이성희 작가는 '우연한 풍경'이란 테마와 함께 10일부터 16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

일상의 주변에서 마주한 무시하거나 지나쳐버릴 수 있는 소소한 사물과 장소들을 시각적 의미를 지닌 특별한 대상으로 연출한 사진 작업으로 쇠락해가는 공허한 장소에서 소멸해가는 사물들은 불필요하고 치워져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하게 된다.

삶의 양태가 변화하듯 몇 해 전부터 작가의 작업은 조금씩 밖에서 안으로 내밀한 이야기와 상처를 건드리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언제든 경험하고 바라볼 수 있는 일상과 가까운 장소와 대상을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우연한 풍경'은 작가의 삶의 주변 언저리에서 우연히 지나치거나 마주한 쇠락해가는 장소와 사물에서 받은 영감과 감성이 모티브가 되었던 'Still Life'에 연이은 작업으로 황량하게 버려지고 낡고 퇴락한 장소와 그곳의 사물을 바라보며 기억과 장소에 대해서, 그리고 풍경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소 자체가 이야기를 품고 있거나 폐허이기에 드러나는 기묘함이 공존하는 그런 지점들, 얼룩이나 자국, 흔적으로 표상 되는 시간의 지층이 드러나온 대상들. 작가의 시선은 오랫동안 이러한 대상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이것을 마치 기억의 공간을 더듬듯 프레임 안에 담았다. 연민과 상상의 시선은 그것을 의미 있게 바라보고 이 우연한 장소를 묘사하기보다는 그 장소가 나에게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효과와 장소감을 사진이미지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러한 장면을 내면화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과 달리 작가 안에서 흐느적거리며 더디게만 가는 심리적 시간의 지체는 쉽게 맞추어지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밀한 상처와 상실감들도 함께 쓸려 사라지는 듯 하다. 하지만 그 상처들은 기억의 주름들 속 어딘가에 옅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 상처의 뉘앙스는 어느 날 마주한 이런 지점에서 문득 환기되어지곤 한다.

전시가 삶의 연장이자 예술을 우리 삶 속에서 현재화하는 일이라 할 때, 우리 지역 인근에서 촬영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이 전시를 통해 작가와 관객이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예술과 일상적 삶의 경계를 되묻고, 우리 자신의 삶의 공간을 보다 감성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3번의 개인전과 2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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