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민아트센터 '김민규'展 31일까지

 김민규 作 '어진'.
김민규 作 '어진'.
청주 우민아트센터의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여섯 번째 전시 '김민규'展이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오늘날과 같은 체제에서 절대적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신념이 이미 인류에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근대 혁명기에 자유와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쟁취한 민주적 신념은 가장 보편적이고 존중받는 가치의 산물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언제든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인간이 자유를 얻음으로써 정말 행복해졌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자유에서부터 도피하여 복종과 굴종에 향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현대사에 있었던 나치즘이나 파시즘에 대한 대중적 추종이 그 예이다. 지난날 현대인은 자유에 대한 갈망만큼 이나 '복종'으로 향한 열정을 보여 주었다. 작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불교 탱화 그리고 동양화의 인물 채색화 등의 형식이 복합적으로 엿보이는 인물 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인물을 주제와 의미를 읽게 하는 매개로 혹은 알레고리로 보고 있지만, 회화 작업으로서의 심미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어떠한 사회적 맥락이나 담론으로 읽는 회화가 아닌, 시각적 아름다움과 낯설음을 감상하는 회화를 지향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직면한 자유의 딜레마를 주제로 한다.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어떤 의존물에 복종하고자 하는 심리를 저변에 놓고 그러한 심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작품에서 차용하고 있는 어진(御眞:동양의 전통적인 왕의 초상)의 형태는 자유를 회피하여 강한 대상에게 의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와 연결된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문제제기와 함께 모종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대안이란 외부의 권위에 복종 하려는 본성을 내적 권위로 향하는 의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내적 권위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확립한 올바른 신념이나 철학, 도덕 따위에서 형성될 수 있다.

전통적 어진의 형식은 '외부의 권위'를 묘사한 것으로 봉건 질서라는 과거의 색 바랜 유물을 표상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은 과거 어진의 '실패한 권위'에서 그 형식을 빌려, 개인의 자유의지 속에 내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정의로운 권위'를 드러내려 한다. 과거 어진은 장년기 왕의 모습을 주로 나타내었지만 작가의 작품 속 형상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내적 권위의 속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어린 아이의 정체성은 순수성과 진실성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조형미의 실험 단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의 ☎ 043(222)0357.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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