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

지난 추석,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훔쳐갔던 문정왕후 어보가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문정왕후 어보를 소장하고 있던 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이 조건 없이 한국에 반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한 시민단체의 힘이 컸다. 그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혜문 스님, 그는 우리 문화재 지킴이로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부처님의 부름을 받고 불교에 귀의한 삶을 살아오면서 산 속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민족의 혼이 담긴 고유문화재 반환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혜문 스님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문화재 환수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한 언론을 통해 문화재 환수 운동은 양심의 제자리 찾기라는 말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불교는 존재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분명히 가지고 있으면서 어느 순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이른바 중생이란 자기가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고 사는 삶이라면, 구도자란 자기가 잃어버린 진실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는 이런 모습을 `환지본처(還至本處)` 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것을 `제자리 찾기`라고 옮겨서 말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재 환수 운동은 우리들 양심의 제자리 찾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스님의 노력으로 어떤 문화재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는지?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내가 봉선사 신도와 남양주, 구리 시민들을 중심으로 2006년 만든 단체다. 도쿄대에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되찾기 위해 결성되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200명 정도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 성과는 해외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중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문정왕후 어보 등 3건의 문화재환수에 성공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환구단의 일본식 조경 철거, 도산서원의 가짜 금송 표지석 철거, 국보 146호 강원도 출토유물의 명칭 정정 등의 활동이 있다."

- 문정왕후 어보 반환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어보가 반환되기까지의 과정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정왕후 어보는 2009년 국립문화재 연구소의 조사보고서에 의해 우리나라에 소장 사실이 알려졌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소장사실을 발견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내 역할은 2009년 미국 메릴랜드 국가 기록 보존소에서 `아델리아 홀 레코드`라고 불리는 6·25 전쟁 당시 미국 국무부가 조사한 `미군의 한국 문화재 약탈현황` 기록을 발견한 것이다. 이 문서에 전쟁당시 미군 병사가 약탈한 `조선왕실의 인장`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는데, 이 기록을 바탕으로 `문정왕후 어보`가 미군의 약탈품이란 것을 입증 할 수 있었던 것이 결정적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정왕후 어보 반환촉구를 위한 백악관 서명운동 이른바 `응답하라 오바마`란 작전을 진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 8월 6일부터 9월 5일까지 한달 간 `100인 위원회`를 구성, 백악관 사이트에 10만 명의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미국 백악관은 한달 간 10만 명이 서명하면 오바마 대통령 혹은 백악관이 공식적인 답변을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점을 활용해서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을 받는다는 것이 취지였다. 마침 여름에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카데미 참가 고교생 100여 명도 `100인 위원회`와 함께 운동을 진행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백악관 영문 사이트에 접속해서 영어로 된 질문에 답해야만 서명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6138명이나 서명을 해 주셨다. 비록 10만 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을 확인한 값진 시간이었다."

- 다음 환수를 목표로 하는 문화재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우리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미 4대 환수 목표를 세우고 수년째 단계를 밟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 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의 `조선제왕투구`, 일본 오쿠라 호텔의 `고려 석탑`, 중국 대련의 `금강산 종` 이렇게 4개 문화재를 주목하고 있다. 그중 대련의 금강산 종이 요새 가장 비중 있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한달 전 안민석 의원과 대련 여순박물관에 방문, 직접 실물을 열람하고 대련시 관계자와 면담하기도 했다. 다음번 문화재가 환수 된다면 아마도 대련의 금강산 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대전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부탁한다.

"사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너무나 소중한 것 들을 잃어 버려 왔지만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그냥 먹고 살기에만 급급해 왔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그간의 삶을 되돌이 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되새겨 볼 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잃어 버린 것을 찾는 것은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주인이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 제자리찾기는 우리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정신을 찾는 과정이자, 우리 스스로가 주인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온 민족이 노예로 떨어졌던 100년 전의 슬픈 역사를 디디고 주인으로 우뚝 서는 운동으로서 문화재 제자리찾기가 자리 매김 되기를 부처님 전에 기도했으면 좋겠다."

1998년 봉선사에서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문 스님은 해운정사금모선원에서 수선 안거 후 현재 봉선사에서 수행 중이다. 2005년에 봉선사 말사인 내원암과 관련된 `친일파 재산 위헌 법률 심판 청구`를 시작으로 리움 박물관을 상대로 `현등사 사리구 반환` 운동을 전개하는 등 부당하게 반출된 불교 문화재 반환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6년에 동경대학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오대산 사고본 반환 운동을 주도했으며, 2007년부터 `조선왕실의궤 환수위` 사무처장으로 `조선왕실의궤` 환수 운동에 앞장서 2011년 일본 정부로부터 조선 총독부가 불법 반출한 1205점의 문화재를 돌려 받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이에 2011년 KBS 감동대상 수상, 2012년 국민훈장 목련장등에 서훈됐다. 현재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로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환수 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에 주석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을 죽이다`, `의궤·되찾은 조선의 보물`,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How are you? 이순신 - 우리시대의 이순신을 말하다` 가 있으며, 잘못된 우리 문화재의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연구 및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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