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 지즐 연극 '흉터'

사람은 흔히 공포 연극이라고 하면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특수효과로 무장한 공포영화 만큼 무섭거나, 놀랍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전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극단 지즐의 '흉터'는 다르다. 치밀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전개, 잔인한 반전, 그리고 소극장의 특성을 한 껏 살려 눈 앞에서 펼쳐지는 공포감은 대전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대학교 때부터 사랑과 우정을 이어오며 사회 초년생이 된 동훈, 재용, 지은. 세 친구는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위태로운 등산을 시작하게 되고 등산 중 지은은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돌연 죽음을 맞이한다. 그후 8년 뒤 재용과 동훈은 지은이가 사고사로 죽었던 그 산을 다시 찾고, 등산 중 재용은 부상을 입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길까지 잃게 된다. 가까스로 발견한 검은 산장에서 그들은 구조를 기다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비밀스런 산장에서 재용과 동훈은 지은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과거에 벌어졌던 끔찍한 사고의 기억이 결국 그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데….

과거의 끔찍했던 사고의 기억을 외면해 지워버린 남자와 과거의 사고로 인해 죄책감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 연극은 과거의 사건이 파헤쳐 질수록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갈등을 조성하면서 인물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이 두 친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만큼 훌륭하며 극의 몰입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 과거의 사건에 의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야기는 사고로 인해 파생되는 죄책감, 죄의식, 보복에 대한 공포, 후회, 회한 등의 마음속부터 시작되는 병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인간은 왜 공포를 느낄까? 어째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솜털이 일어서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공포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을 가진 귀신? 영혼? 초자연적 존재들 등이 제일 공포의 대명사일까? 하지만 이런 대명사들을 떠올리기 전에 간과되기 쉬운 공포의 존재는 아이러니 하게 공포를 느끼는 주체, 바로 '인간' 이다. 인간이야말로 '규범'과 '사회'라는 틀을 벗어난다면 쉽게 공포스러워 질 수 있는 불확실성과 무작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흉터'는 바로 그 틀을 벗어난 작은 일탈을 통해 '공포'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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