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이라는 게 있다. 이 병은 직업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인 병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청력이 손실됐다든지,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든지 등…. 이 직업병의 의미가 약간 다른 것으로도 표현된다. 즉, 오랫동안 한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생기는 습관 또는 행동 등을 말한다. 필자도 교수생활을 거의 30-40년을 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학생처럼 보이고, 또 반말을 자주 하고, 잘못된 것을 보면 꼭 한마디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필자의 직업병이다. 이 직업병 때문에 개인적으로 손해도 많이 본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자주 KTX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KTX를 이용하면서 가끔, 아니 거의 늘 경험하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꽤 있다. 표(Ticket)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그런대로 이제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아직도 줄 서는 것에 익숙지 않은지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제멋대로 행동들이다. 다행히 필자가 한마디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나무라니 괜찮은데, 뭐 이까짓 것 갖고 그러느냐는 규칙 어기는 사람의 순진함(?)에는 언제나 선진국이 될까 한심한 생각도 든다. 또 줄을 섰을 때 왜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서 신체가 서로 닿게 하는지, 바로 뒤에 서서 함부로 기침을 하는지…. KTX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필자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소위 휴대전화 공해다. 전화를 걸거나 받는 목소리, 대화, 어떤 때는 전화로 사무를 보는 사람들도 흔치 않게 본다. 하루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고 받고 하면서 200만 원이 어떠니, 그쪽 상무, 전무가 어쩌니, 또 전화로 야단도 치고, 아첨하는 투로 말한다.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개인사무실처럼 떠들어댄다. 참다 참다 직업병이 발생했다. "여보쇼, 기차간을 나가서 전화 좀 주고받으면 안 되겠소?" 못들은 척 계속 전화질이다. 뭐라 나무라면 시비가 될 것 같아 할 수 없이 기차 승무원을 찾아가서 제재토록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 언제쯤 저런 한국 사람이 자취를 감출까?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모시모시' 하면서 일본말로 전화하는 승객이 있었다. 일본 사람일까? 하며 이걸 그냥 하고 있는데, 긴 전화가 끝나니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사투리도 하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그렇지 일본 사람은 아니었군.'

물론 가끔 이해 못할 언어로, 또 영어로 전화를 주고받는 외국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전화 예절을 모르는 사람을 심심찮게 경험한다. 한번은 신문을 자리에 놓고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니 보던 신문이 없다. 어떻게 된 걸까 하면서 주위를 체크하니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분명히 내가 보던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이보시오! 남이 보던 신문을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순간 그 젊은 사람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한다. "다시 돌려드리면 되잖아요" 하면서 기분 나빠 하는 표정이다. 조금도 미안한 표정이 아니라, 뭐 이까짓 것 가지고 그러느냐는 것이다.

가끔 친구들과 모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 얘기를 하니 "야 너 성질 많이 죽었다. 그동안 수양 됐네, 또 교수라는 직업병이 이번에는 안 도졌구먼" 하며 웃는다. 필자는 강의 초청을 제법 받는다. 물론 건강에 관한 강의가 대부분이지만 늘 끝부분에 자녀를 키울 때 어떻게 교육할까? 또 한국이 과연 선진국이 될까를 이야기하곤 한다. 유태인은 자녀교육서 키스, 코스, 카스를 가르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술을 먹는 법, 돈을 쓰는 법, 분노를 새기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자기도 피해 입기 싫어한다. 일본인들은 자기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도 사과한다. 혹시 독자 중에서 필자가 너무 일본을 미화하는 것이 아닐까 비판하실 분도 꽤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나의 조국! 대한민국!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틀림없는 그중 한 사람이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서 한 번쯤은 유태인의 자녀교육 철학, 또 다른 선진국의 행동 등을 통해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잘못하는 것을 눈감지 말고 가르치는 교수의 직업병! 이것 정말 필요한데! 더 좋은 것은 할 일이 없어서 자연 치유 되는 게 더 나을 텐데!

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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