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에 좀비가 많이 등장한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살아가던 인간이 다른 좀비한테 물려서 감염되면 곧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한다. 괴물로 변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사람을 먹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감염된 인간 괴물을 끝도 없이 잔인하게 죽인다. 최근에는 한 일본 만화영화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크게 얻고 있다. 이 만화는 인간 형상을 한 거인 괴물이 나온다. 만화는 거인 괴물이 인간을 뜯어 먹거나, 인간들이 인간 형상을 한 괴물을 아주 잔인하게 난도질하여 죽이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 2차대전 때 일제의 가미가제 특공대가 생각나기도 하고, 관동대지진 때 광기에 싸인 일본인들이 아무 죄 없는 조선인들을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창으로 찌르고 칼로 난도질하여 참혹하게 죽이는 기록 사진들이 오버랩된다. 상대방이 누구라도 자기와 다르거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참혹하게 죽여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영웅시되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살해하는 데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아무리 영화고 만화영화라고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 무섭다. 그러한 생각을 계획하고 만화나 영화로 형상화해내는 사람들이나 그러한 문화 풍토도 무섭다.

공자와 맹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공자는 산 사람을 순장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인간 형상을 한 인형을 순장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후손이 끊어질 것이라며 저주했다. 그 뒤를 이어 맹자는 단 한 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기를 쉽게 여기는 자는 지도자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선함도 정의도 문명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충청의 선비들은 이러한 가르침을 존숭하고 애민과 애국의 바탕으로 삼았다. 송시열, 최익현, 신채호의 헌신과 희생은 모두 잔인한 자를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구국과 평화를 추구하며, 이러한 일을 대장부의 책무요 사명으로 여겼던 자랑스런 한국정신문화 전통의 생명력을 다시 일깨우고 후손에 알리는 일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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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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