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곡에 가사가 없다는 것은 성악가에게 있어서는 노랫말이 가진 의미 전달이 필요없음으로 해서 한편 단순하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겠으나 사실은 기악곡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흐름과 뉘앙스를 전적으로 음질과 프레이징, 극단적인 셈여림의 표현에 의존해야 하므로 훨씬 고난이도의 성악적인 기술과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래서인지 많은 성악가들이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녹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키리 테 카나와(Dame Kiri Te Kanawa)는 긴 호흡과 완벽에 가까운 성악 테크닉으로 이 곡이 가지고 있는 긴 음악적 흐름과 슬픈 서정성을 잘 표현해 내었다.
죠슈아 벨이나 아이작 펄만 같은 바이올리스트들도 이 곡을 연주하였고,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연주도 명연이다. 심지어 이 곡과 잘 어울릴까 싶긴 하지만 피아노 솔로로 된 녹음도 있다. 강철의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임마누엘 엑스의 피아노 솔로 연주는 그의 장점이 강렬한 터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애수에 찬 서정성으로 가득차 있어 단 한 번만 들어도 듣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며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작품세계로 쉽게 빠져들게 해 준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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