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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달아나는 여인

2013-09-18 기사
편집 2013-09-17 21:07:23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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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마가다로 향하던 중 숲 속에서 좌선을 하고 계셨다. 이때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숲 속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다가 그곳에 계신 부처님께 물었다.

"한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사연인즉 그들은 근처에 사는 부잣집 자제들로 부부동반으로 야유회를 왔는데 그중 미혼인 남자가 기생을 한 명 동반했다. 그런데 다들 노느라고 떠들썩한 틈을 타 그 기생이 일행의 금품을 훔쳐 달아나서 모두들 그 여인을 찾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젊은이들, 달아난 여인을 찾는 것과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고 말씀하셨고, 이 말씀에 청년들은 정신을 차리고 부처님 앞에 앉아 자신을 찾는 방법에 대해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여기서 '달아나는 여인'이란 단순히 기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는 재물, 권력, 명예, 건강 등을 의미한다. 우리가 쫓고 있는 이런 것들은 인연 따라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달아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부처님께서 찾으라고 하신 '자기 자신'은 육신으로 만들어진 '가짜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변하는 않는 진리의 자리,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자리, 전지전능한 '진짜 나'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고 전지전능한 '진짜 나'를 찾아 끝없는 생로병사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기보다는 육신으로 이루어진 '가짜 나'를 살찌우기 위하여 재물, 권력, 명예, 건강 등을 끝없이 쫓아다닌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본래 내 것이 아니어서 달아나는 것이므로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는 허망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달아나는 여인과 같이 변하는 것을 쫓지 말고 본래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고 영원히 의지할 수 있는 '진짜 나'를 찾으라고 하신 것이다.

재물, 권력, 명예, 건강 등은 이 세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구해야 한다. 다만 그런 것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삶의 목적 자체가 아니므로 최선을 다하여 구하되 거기에 매몰되어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이유가 있다. 우리 역시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바로 알아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면 괴롭지 않지만, 이유를 모르고 수단을 목적으로 삼아 살게 되면 인생을 다 살고 나서 필연적으로 허망하여 괴롭게 된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유학을 온 것과 같다. 유학생이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외국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집도 구하고 학비도 벌고 사회생활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유학생이 그만 유학 온 목적을 잊어버리고 그곳에서 오래 머물며 건강하게 사는 것에만 마음이 팔려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귀국할 때가 되었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진짜 나를 찾기 위한 것이지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이 세상에 머물며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지만 그러한 것들은 모두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수단일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세상을 살면서 겪는 흥망성쇠를 통하여 어리석은 인식을 깨고 지혜를 얻어 진짜 나를 찾는 것이다. 땅에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서야 하듯 이 세상에 물들어 윤회에 빠진 자는 이 세상을 수단으로 하여야만 벗어날 수 있다. 살면서 재물, 권력, 명예, 건강을 얻고 잃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마음을 뒤집어 업장을 소멸하고 지혜를 얻어 진짜 나를 찾는다면 이 세상에 온 목적을 비로소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달아나는 여인만을 부질없이 쫓으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진짜 나를 찾을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

김신철 변호사 대승불교양우회 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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