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이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사태추이에 따라 검찰은 물론 여야, 청와대까지 희비가 엇갈리면서 아직까지 누구도 이번 사태의 유불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분명한 피해자는 있다. 바로 채 총장의 아들 논란 당사자인 A군과 주변인들이다. A군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인해 알 만한(?) 사람들에겐 이미 노출됐다. 밀려드는 네티즌 공세에 그가 다녔던 학교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일부 친구들까지도 크고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신상털기는 특정인의 신상관련 자료를 불특정 다수들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내 이를 인터넷 및 SNS를 통해 다시 공개하는 것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파급효과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과 관련해 주로 신상털기가 이뤄지기에 한번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급속도로 유포되며, 다양한 SNS가 활용되면서 자칫 잘못된 소문이 나돌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없어 또 다른 피해자까지 양산되는 실정이다.

신상털기가 사회문제화된 것은 고 장자연 사건으로 거슬러올라간다. 2009년 모델이자 배우인 장자연이 기획사로부터 술접대 등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고, 이후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대표, 방송사 PD, 기업체 대표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신상털기로 인해 당사자가 아닌 인사들까지도 수시로 거론되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를 통해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여지없이 신상털기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의 당사자들은 관계기관의 진상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진과 신상정보가 노출됐다. 심지어 가족 사진과 직업 정보까지 퍼나르는 네티즌들도 있다. '거제 마티즈 사건'의 당사자들도 신상이 털려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으며, 급기야 최초 유포자에 대해 경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심지어 특정 동영상에 대한 누리꾼들의 신상털기 과정에 이 영상과 무관한 여고생이 지목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신상털기는 당연히 불법이며, 형법에 의한 처벌대상이다. 하지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은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신상털기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대해 수치스러워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시급한 이유다. 송충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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