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충청유교문화권을 개발한다고 할 때 우리가 되살려야 할 유교문화의 전통과 가치는 분명하다. 이황과 이이, 김장생과 송시열이 추구한 인간 존중의 세상, 강자가 군림하는 세상이 아니라 어질고 바른 행실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문화 재창조이다.

과거의 유교는 노비 제도와 적서 차별을 당연시하고, 불교와 천주교를 천시하고 탄압했다. 우리가 재창조해야 할 유교는 이러한 유교가 아니다. 유교가 가르치는 핵심은 '성선'(性善)과 '왕도'(王道) 사상이다. 성선이란 모든 인간이 본래 어질고 착하다는 주장이며, 정치는 반드시 어진 덕을 행하는 정치여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모든 사람은 어질고 착하므로 어질고 착하게 대접받아야 하며, 모든 사람이 서로 어질고 착하게 대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가르침이다. 이것이 '성선'과 '왕도' 사상이다. 어떤 이유로도 유린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되는 어질고 선한 인간성에 대한 확신! 모든 사람이 그러한 인간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망! 이러한 세상 만들기를 자신의 책임으로 삼고 자기 인생을 헌신하는 지도자들. 그리고 모든 국가는 자주적인 독립국이며 세계 평화를 위해 이웃 나라를 존중하고 의로움으로 상대하는 세상. 이런 이상이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유교의 정신이다. 충청 유교인들은 이러한 유교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추구한 정신과 전통을 지니고 있다. 유교는 종교이기 이전에 인간 존중의 문명을 창조하고 발전시켜가기 위해 필요한 문화 요소의 하나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유교라고 하든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그 명칭이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가르침에 담긴 내용이 우리와 우리 후손에게 필요한가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존중하게 하고,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유교는 동아시아인에게 2000년 이상 학문과 지성의 중심이었던 사상이요 정신이었다. 또한 우리 한국 문화의 바탕이었다. 유교문화를 재창조하는 일은 동북아의 한·중·일 삼국이 소통하는 창을 만들고, 우리의 얼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러니 유교문화권 개발이라고 해서 유교인들만의 일이 아니고,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이라고 해서 충청인들만의 일이 아니다. 문화융성을 도모하는 한국 정부의 일이고 한국인과 세계인 모두의 일이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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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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