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이와 만날 것입니다/ 내 영혼의 영혼이여/ 내 심장을 사랑으로 가득 채운 이/ 혹여 이 사랑으로부터 멀리 이별하게 된다면/ 매 순간 고통 속에 한숨지으리.' 비발디 작곡 오페라 주스티노(Giustino)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나의 사랑하는 님과 만나리'의 가사 내용이다. 카운터 테너 필립 자루스키는 이 곡을 부른 영상으로 2007년 Best French Lyrical Artist Award에서 우승하였고 2008년에는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Echo Klassik에서 알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카운터 테너라 함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외에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남자가 여성적인 발성으로 노래하는 파트인데 17, 18세기에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카스트라토 가수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카스트라토 중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파리넬리(Farinelli)는 20세기에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는데 그의 목소리에 대해 만시니는 이렇게 전한다. '그의 목소리는 하나의 신비이다. 너무나 완벽하고 역동성이 가득하다. 공명이 클 뿐만 아니라 폭넓은 음역의 처리가 돋보인다… 매우 부드럽고 편안하게 숨을 들이쉬어 지속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것이 시작되는 것과 가라지는 것을 인식할 수 없다, 목소리의 균등함 등 가장 높은 음고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었다.'

현대의 카운터 테너가 과거의 카스트라토 가수들과 다른 점이라면 카스트라토 가수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인 남성의 변성기를 겪지 않고 어린 시절의 고음을 나이가 들어서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적인 방법으로 거세된 남자 가수들을 일컫는 명칭이었던 것에 비해 카운터 테너는 정상적인 남자가 특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여성의 음역대를 부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카운터 테너는 헨델과 비발디 같은 바로크 음악에 종종 등장해 그 매력을 발산하는데, 카운터 테너 중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때에는 베이스에 가까운 낮은 음역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카운터 테너 하면 독일의 안드레이아스 숄, 미국의 브라이언 아사와 등을 꼽을 수 있고, 한국 출신의 카운터 테너들도 점점 그 수와 음악 수준에 있어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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