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소리유파대제전

2013년 9월 초 사흗날(지난 3일) 밤 대전에 난리가 났다. '대통령상, 그 천의무봉(天衣 舞鳳)을 보다'라는 이름을 걸고, 42년 동안 서울에서만 열리던 판소리유파대제전이 지방 최초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0년을 기리기 위해 각 유파의 지존들이 대전에 모여 한바탕 판을 벌였다. 문화의 불모지 한밭이 비로소 세계문화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송순섭 선생을 비롯해 판소리 각 유파의 지존인 중요무형문화재들(심청가 성창순, 춘향가 신영희, 수궁가 남해성)과 판소리 전수조교 김수연 선생 등이 중요무형문화재 김청만 선생과 대전시무형문화재 박근영 선생의 북장단에 맞춰 한껏 기예를 자랑하고, 천하일품인 중요무형문화재 강정열 선생의 가야금병창과 중요무형문화재 이생강 선생의 대금산조 연주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을 뜨겁게 달궜다. 여기에 전북무형문화재 박양덕 선생과 제자들의 민요 뱃노래까지 곁들여진 '소리마당'은 극작가 박종철 선생의 해설과 함께 소리에 목말랐던 지역관객들의 마음을 꽉 채워주었다.

소리마당에 이어진 '춤, 연희마당'에서, 2013 한밭국악전국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이경화 선생의 설장구춤과 이경화국악예술단이 보여준 창극, 판굿, 모듬북은 1400석의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세계 어느 무대에 서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세계최고의 한국 전통무용가 최윤희 선생의 도살풀이춤은 '천의무봉(天衣 舞鳳)' 그 자체로서 춤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문화의 불모지 특히 국악의 불모지 한밭에서 이 같은 걸작 국악마당이 이루어지게 된 데에는 한밭국악전국대회를 이끌어 온 조광휘 대회장과, 태어난 지 열두 살이 된 (사)한밭국악회(회장 오정환)의 피와 땀이 숨어있다.

공연장은 만들어졌지만 관객들이 미처 눈을 돌리지 않던 한밭벌에 세계 최고의 한국무용가 최윤희 선생이 이끄는 (사)한밭국악회가 똬리를 튼지 12년 만에 한밭벌 대전의 문화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밭이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게 되면서, 아시아 문화수도, 특히 판소리를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 광주에 터 잡고 사는 필자의 발조차 이끌게 되었다.

이제 시작한 대전이,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은 세계 정상급 예술가를 가진 대전시민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김순흥 광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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