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을은 아침 산책길로 온다. 아침 식사 전 꼭 산책을 하는데 점점 쌀쌀함을 느낀다. 이제 나의 산책길은 나뭇잎이 수를 놓을 것이다. 따뜻한 겉옷을 옷장에서 꺼낼 때가 됐다.

최근 필자의 흥미를 끄는 뉴스가 있었다. 뉴질랜드인 5명으로 구성된 오토바이 여행단이 북한지역을 거쳐 지난 29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왔다는 뉴스였다. 외국인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동북아 제한적 비핵지대화 운동 등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활동해온 필자에게는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다.

필자는 미국의 언론에서 같은 내용의 뉴스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고 오히려 호주 방송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러시아 마가단을 출발한 여행단은 두만강 철교를 건너 북한에 들어간 뒤 청진과 백두산, 평양을 거쳐 13일 만에 남쪽 땅을 밟았는데 한반도를 종주하며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한라산까지 오를 계획이라고 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평화를 염원하는 여행단은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이런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물론 한국인들이 잊고 있었던 통일에 대한 생각을 일깨운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세계인들에게도 평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였기에 미국 언론에서 이 뉴스를 볼 수 없었던 것이 참 안타깝다.

이들의 여행은 여러 가지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개성공업단지가 남북 합의로 다시 정상화됐고, 조만간 이산가족이 상봉을 하게 된다. 지난 광복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DMZ세계평화공원을 제안했다. 남북 평화의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를 필자는 반갑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뉴질랜드 여행단의 한반도 종단 소식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뉴스를 보도한 언론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고, 따라서 소식을 접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필자는 오하이오주 출신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가 이적한 신시내티 레즈 팀이 있는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곳 사람들은 낙천적이다. 유리컵이 반이나 찼다고 생각하지 반이나 비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낙천적 성향을 지닌 필자는 1958년부터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고 그 평화에 대한 염원은 77세인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평화를 위한 우리의 염원은 점점 실현되고 있다고 믿는다. 뉴질랜드 오토바이 여행단의 남북한 종단이 그 예다. 그러나, 어떤 뉴스보다도 상징적이고 인상적인 뉴질랜드 여행단의 한반도 종단 소식이 언론에서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이 못내 안타깝다. 좋은 소식보다는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나쁜 사건이 늘 신문의 1면이나 뉴스의 앞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자는 좋고 따뜻한 뉴스보다는 자극적이고 안 좋은 내용의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진다고 한다.

1996년 필자가 프랑스에서 개최된 동북아시아 제한적 비핵지대화 총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의 수많은 언론매체가 취재를 나왔다. 하지만, 총회가 진행되는 도중 그 마을에서 25년 만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들이 썰물처럼 프레스룸을 빠져나가는 황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세상에는 따뜻하고 의미 있고 아름다운 뉴스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독자의 관심이 조금 덜하고 그래서 조금 덜 알려졌을 뿐일 것이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께 권유하고자 한다. 올가을에는 아름다운 미담이나 의미 있는 뉴스들에 더욱 관심을 갖고 먼저 눈길을 주자. 이번 가을은 아마도 따뜻한 소식이 가득한 계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