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39개국 3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인은 물론 23개국의 대다수가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력은 떠오르는 태양과 같고, 중국이 세계를 좌우하는 초강대국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미국이 중국에 세계 경제와 정치를 주도하는 자리를 내주는 일이 실현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중국이 갈수록 군사적 패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불신하고 갈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국 관계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국가보다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미·중 양국은 우리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왔고 앞으로도 가장 강한 영향을 줄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6·25와 50년대 이후의 가파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미국의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2000년 이후 대중국 수출 의존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10% 정도인데 비해, 대중 수출은 24.5%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경제 관계의 변화는 정치 관계 변화도 초래할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킬 때마다 서해에 항공모함을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처지로서는 달가운 일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자기 앞바다에 타국 전함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에서 우리는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며, 분단 조국을 통일해야 하는 이중의 난제를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난제를 시원히 해결할 일관된 철학이 무엇인가? 이러한 가운데 과거 17세기의 병자호란 직전에 쇠퇴해 가는 명나라와 흥성하는 청나라 사이에 행했던 광해군의 양다리 실리 외교가 오늘날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고려 시대도 조선 시대에도 우리나라의 지성들이 국가를 수호하고 자주권을 지켜낸 정신은 바로 춘추정신이었다. 왕도와 패도를 엄정히 구분하고 왕도는 친하며 패도는 절대 불타협의 정신으로 저항한 춘추의리정신이 국가 위기를 벗어나는 힘이었다. 충청은 춘추의리의 본산이었다.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은 우리나라가 타국을 대하는 기본 태도를 천명하여 국가의 자주권과 국제평화의 장을 제시하는 개발이 적극 포함되어야 한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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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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