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선비는 17세기 이후 한국 지성의 중추 역할을 했다. 한국 지성의 핵심은 도학이다. 도학은 조선 지성의 핵심으로서 한국인의 머리요 심장이다. 선비는 의(仁)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의리를 행하고자 했다. 이때 말하는 의는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리와 의미가 다르다. 오늘날 일반인이 사용하는 의리라는 말은 힘을 독점한 권력자에게 부하가 절대 복종하거나, 자기 조직을 보존하고 동지를 보호하기 위해 감수하는 개인의 희생, 남과 나누었던 정을 소중히 여기고 남에게 입은 은혜를 갚는 보은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개인의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사적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의미하며, 자기 이익에 앞서 인간의 신뢰 관계, 조직이나 친분, 인정스러움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니 오늘날 자기 이익을 항상 앞세우는 세태에서 이러한 태도는 일견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선비가 추구한 의리정신은 이러한 조직과 두목에 대한 충성, 사적 친분이나 인정을 중시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의리를 가볍게 보았다. 선비가 추구한 의리는 비판정신과 저항정신이 핵심이다. 선비는 순정하고 강직한 태도로 상대가 누구든(강하든 약하든, 나에게 이익이든 손해든) 그의 어질지 못하고 옳지 않은 행위를 지적하고 비판하며, 그러한 자에게 저항하는 정신을 실천했다.

선비들의 비판과 저항의 기준은 인(仁)이다. 선비는 불인함과 부당함을 거부하고 어질고 바른 신념을 굳게 지키는 지조를 의리로 여겼다. 선비들은 이러한 의리를 가족애, 조국애로 확산했고, 세계 평화정신으로 승화했다.

충청의 선비들은 이러한 엄정한 선비를 대거 배출했고, 정치와 교육의 중요한 근간으로 삼았다. 의리는 역사적으로 한국인이 강자에 대한 태도의 일관된 핵심이었다. 이러한 힘으로 민족의 자주 독립을 지켜 왔고, 국제 평화의 기초로 삼았다. 한국 문화의 힘은 여기에 있다. 21세기 한국 번영의 힘은 여기에 기초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문화의 힘은 단순히 한국인들만의 문화 자산이 아니라 세계 만민의 문화 자산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충청 선비들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은 이러한 문화의 창조적인 계승이며 세계인의 공감과 찬동을 이끌어 내는 문화의 힘이어야 한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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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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