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
최근에는 꽤 나이가 들었는데도 한번 패주고 싶은 욕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 소위 싸워야 될 뻔한 상태다. 체련장에서 운동을 할 때 체력장 기계(기구)에 붙어 있는 TV를 켜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련장 이용자의 거의 99%라고나 할까? 필자는 TV를 틀지 않는다. 하루는 열심히 뛰고 있는데 옆에서 TV를 크게 틀어 놓는 사람이 있어서 집중이 안 되니 볼륨을 작게 해 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뭐가 시끄럽냐? 당신이 뛰면서 내는 숨소리가 더 크다"고 하면서 시비조로 대든다. 하는 꼴을 봐서 운동을 중단하고 한판 싸워볼까 하다가 참았다. 참으려니 얼마나 화가 나는지 시쳇말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체면이 뭔지 참았고 뛰면서 다른 사람이 안 들리게 '욕'을 바가지로 했더니 나중에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잘 참았어!
또 한 번은 열심히 체련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방송에서 내가 타는 자동차 번호를 부른다. 현관으로 내려오란다. 그래서 주차장 사정상 다른 차가 못 나가는가 싶어 얼른 운동을 멈춘 후 운동복 차림으로 현관에 나갔다. 건강하게 생긴 두 명의 중년 남성이 다가온다. "왜 그러시죠?" 무조건 "야 이 새끼야" 한다. 지난 몇 십 년간 들어보지 못한 욕이다. 기가 막혔다. "당신! 남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놓고 시치미 떼고 뺑소니 했어! 죽고 싶어" 하면서 멱살까지 잡으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나 그런 사람 아니고! 윤방부 박사요! 받았으면 내 연락처를 적어 놓았을 것이오." 그러더니 두 명 중 한 명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좀 수그러드는데 진짜 주인이라고 하는 어깨 떡 벌어진 사람은 아직도 온갖 쌍소리(?)에 협박이다. 일단 진정하고 얼른 이 사람이 조폭(?)이 아닐까 순간 생각해서 체련장의 직원을 급히 호출했다. 이 직원이 오더니 귀에 대고 "조폭(?) 같은데요" 하면서 빨리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처리하겠단다. 필자는 혹시 이 사람 몸에 문신이라도 없는지 흘깃 살펴보고, 일단 진정시켜 놓고 자동차를 살펴보니 필자가 주차할 때에 잠깐 상대방 차를 긁은 것 같았다. 온갖 욕을 다 먹었으나 일단은 기억은 확실치 않으나 약간 긁은 것 같으니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조폭(?) 같은 상대방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조금 후에는 자기의 행동을 사과하였고, 나중에 알아보니 이 사람은 조폭(?)은 아니고 사업가였다. 이 과정 중 필자가 흥분하고 상대와 다르게 행동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순간 (상대방이 온갖 욕설과 험한 말을 하고 행동할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20여 년간 다듬어온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고 필자가 '세상에서 젤 강한 싸나이'라고 생각하는 손자놈의 명예를 걸고 한 방 놓을까? 아니면 오성과 한음과 같은 동네 부랑자(깡패) 이야기, 그리고 '탈무드'(싸움은 먼저 포기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겨서 손해 보는 싸움이 있다. ①아내하고 싸울 때 ②자식하고 싸울 때 ③언론하고 싸울 때 ④국가 권력하고 싸울 때 ⑤하늘의 뜻과 싸울 때다.
반대로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 있다. 질병, 가난, 무지(無智), 시련, 자기(自己)다.
싸움 없는 사회는 존재 불가능하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싸움 경험을 통해서 선한 싸움, 악한 싸움을 가릴 줄 알고, 진정한 싸움의 승자의 의미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싸움 그만하고, 지는 자가 진정한 승자임을 기억하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