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

인생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만큼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 '인생은 싸움으로 시작해서 싸움으로 끝난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꼭 부정할 수도 없는 글귀다. 싸움의 종류는 하늘의 별처럼 많다. 쉽게 예를 들면 사랑싸움, 부부싸움, 땅싸움, 기싸움, 닭싸움, 개싸움, 소싸움 등등. 그만큼 싸움의 원인도 아주 많고, 인간사가 복잡다단하다고도 생각된다.

최근에는 꽤 나이가 들었는데도 한번 패주고 싶은 욕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 소위 싸워야 될 뻔한 상태다. 체련장에서 운동을 할 때 체력장 기계(기구)에 붙어 있는 TV를 켜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련장 이용자의 거의 99%라고나 할까? 필자는 TV를 틀지 않는다. 하루는 열심히 뛰고 있는데 옆에서 TV를 크게 틀어 놓는 사람이 있어서 집중이 안 되니 볼륨을 작게 해 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뭐가 시끄럽냐? 당신이 뛰면서 내는 숨소리가 더 크다"고 하면서 시비조로 대든다. 하는 꼴을 봐서 운동을 중단하고 한판 싸워볼까 하다가 참았다. 참으려니 얼마나 화가 나는지 시쳇말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체면이 뭔지 참았고 뛰면서 다른 사람이 안 들리게 '욕'을 바가지로 했더니 나중에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잘 참았어!

또 한 번은 열심히 체련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방송에서 내가 타는 자동차 번호를 부른다. 현관으로 내려오란다. 그래서 주차장 사정상 다른 차가 못 나가는가 싶어 얼른 운동을 멈춘 후 운동복 차림으로 현관에 나갔다. 건강하게 생긴 두 명의 중년 남성이 다가온다. "왜 그러시죠?" 무조건 "야 이 새끼야" 한다. 지난 몇 십 년간 들어보지 못한 욕이다. 기가 막혔다. "당신! 남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놓고 시치미 떼고 뺑소니 했어! 죽고 싶어" 하면서 멱살까지 잡으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나 그런 사람 아니고! 윤방부 박사요! 받았으면 내 연락처를 적어 놓았을 것이오." 그러더니 두 명 중 한 명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좀 수그러드는데 진짜 주인이라고 하는 어깨 떡 벌어진 사람은 아직도 온갖 쌍소리(?)에 협박이다. 일단 진정하고 얼른 이 사람이 조폭(?)이 아닐까 순간 생각해서 체련장의 직원을 급히 호출했다. 이 직원이 오더니 귀에 대고 "조폭(?) 같은데요" 하면서 빨리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처리하겠단다. 필자는 혹시 이 사람 몸에 문신이라도 없는지 흘깃 살펴보고, 일단 진정시켜 놓고 자동차를 살펴보니 필자가 주차할 때에 잠깐 상대방 차를 긁은 것 같았다. 온갖 욕을 다 먹었으나 일단은 기억은 확실치 않으나 약간 긁은 것 같으니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조폭(?) 같은 상대방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조금 후에는 자기의 행동을 사과하였고, 나중에 알아보니 이 사람은 조폭(?)은 아니고 사업가였다. 이 과정 중 필자가 흥분하고 상대와 다르게 행동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순간 (상대방이 온갖 욕설과 험한 말을 하고 행동할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20여 년간 다듬어온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고 필자가 '세상에서 젤 강한 싸나이'라고 생각하는 손자놈의 명예를 걸고 한 방 놓을까? 아니면 오성과 한음과 같은 동네 부랑자(깡패) 이야기, 그리고 '탈무드'(싸움은 먼저 포기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겨서 손해 보는 싸움이 있다. ①아내하고 싸울 때 ②자식하고 싸울 때 ③언론하고 싸울 때 ④국가 권력하고 싸울 때 ⑤하늘의 뜻과 싸울 때다.

반대로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 있다. 질병, 가난, 무지(無智), 시련, 자기(自己)다.

싸움 없는 사회는 존재 불가능하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싸움 경험을 통해서 선한 싸움, 악한 싸움을 가릴 줄 알고, 진정한 싸움의 승자의 의미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싸움 그만하고, 지는 자가 진정한 승자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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