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머티스 관절염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나성수 교수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나성수 교수
헤어 디자이너 이모 (여·42) 씨는 올해 초부터 미열과 함께 온 몸이 쑤시는 감기 증상이 지속됐다. 미용실에 손님이 부쩍 늘어나 피곤한 탓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 손 손가락 마디가 붓고, 뻣뻣해져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기 시작하더니 얼마 뒤부터는 강직 증상은 오전 내내 지속됐다. 휴식을 취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 야근을 줄이고 여름 휴가까지 다녀왔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손목과 손가락 마디의 통증 때문에 가위질마저 힘들어진 이 씨는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이 씨의 병명은 류머티스 관절염.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통증과 관절 변형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2011년 대한류머티스학회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일상적인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식사를 하거나 옷 입기와 같은 활동조차 어렵다고 답한 환자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관건= `관절의 암`이라고도 불리는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의 오작동으로 면역 세포가 자기 세포를 우리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이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특히 면역 세포가 신체 중에서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을 집중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한 염증으로 여러 관절이 붓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흡연,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체내의 면역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조기 발견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초기 치료 대응이 중요하다. 발병 후 3개월 지나면 20%, 발병 2년 이내에는 70% 관절이 파괴될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 번 뼈와 관절이 파괴되면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 또한 류머티스 관절염은 전신적인 면역질환이기 때문에 폐, 신경, 혈관 등 여러 내부 장기를 침범할 수 있다.

특히 심한 환자의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매우 높아져 평균수명이 9-10년 정도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미열, 전신 쇠약, 가벼운 근육통 등 감기 몸살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수 주일에서 수 개월에 걸쳐 나타나다 본격적인 관절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힘든 증상(조조강직)이 나타나면 류머티스 관절염일 가능성이 높다. 질환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10명 중 3명은 관절이 절반 이상 손상된 이후 병원을 찾는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류머티스내과 나성수 교수는 "충분한 휴식 후에도 조조강직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치료법 등장해 적극적 치료 가능= 류머티스 관절염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류머티스 인자 및 항CCP항체 유무를 확인하고 X-선 검사 등을 통해 전문의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서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가 사용되기도 한다. 일단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되면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진통제, 항염제, 스테로이드 등 염증과 통증을 감소시켜주는 치료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 의학의 발달로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생물학적 제제는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 자체를 억제해 염증 반응과 관절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에 치료 성적이 우수하다. 효과가 뛰어난 새로운 약물의 등장으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성수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장기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전문의와 함께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 스스로 질환을 극복하고자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도움말 :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나성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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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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