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코끼리는 일부러 다른 짐승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짐승들은 나무 한 그루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언제까지나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오후 늦게 한 무리의 사자가 나타났다. 코끼리들은 사자에게 위협을 가했으나 그런 위협을 두려워할 사자가 아니었다. 코끼리와 사자들은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지배하는 양대 폭군이며, 코끼리에게 쫓겨날 사자들이 아니었다. 코끼리와 사자들은 한참 동안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코끼리들이 물러났다.

그러나 사자들이 계속 강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초식동물들은 물을 마시지 못했다.

미국 대학생들도 낚시를 단념하고 지프를 타고 물러났다. 초원으로 나가 보니 아까 그 코끼리떼가 있었다. 코끼리들은 이번에는 삼림을 마구 파괴하고 있었다. 초원 한가운데 자리한 그 삼림에는 이미 수십 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고, 나머지 10여 그루의 나무들도 쓰러지고 있었다. 코끼리가 상아를 나무에 걸어 몸을 밀어 쓰러뜨리고 있었다.

초원 한가운데에 있는 그 삼림은 여러 짐승들에게 귀중한 휴식처였다. 짐승들은 그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쉬기도 했는데, 코끼리들은 얼마 남지 않은 그 나무들까지 쓰러뜨리고 있었다.

"이런 나쁜 놈들."

대학생들이 분격했다. 그 무서운 자연파괴자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대학생들은 지프를 몰고 가 코끼리들을 쫓아버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프가 천천히 코끼리들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코끼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적을 울리면서 위협을 했으나 코끼리들은 일단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코끼리들은 되레 사람을 위협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공포를 쏘았는데 그건 도리어 코끼리들을 자극했다. 분노한 코끼리들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지프는 코끼리 주위를 돌면서 계속 공포를 쏘았다.

총소리와 코끼리의 고함소리를 듣고 캡틴 안다스가 달려왔을 때는 사람과 코끼리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위험했다. 지프에 부딪힌 코끼리가 피를 흘리고 있고, 지프의 앞 유리가 깨지고 범퍼가 우그러져 있었다. 캡틴 안다스와 밀렵단속반원들이 일제히 공포를 쏘아 코끼리를 쫓아버렸다.

캡틴 안다스는 이번에는 단호한 처벌을 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관리사무소로 연행했다.

"우리를 처벌하겠다고요? 우리는 그 못된 자연파괴자를 물리쳐 자연을 보호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못입니까?"

그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사실 싸움이 벌어진 그 일대 초원은 원래 울창한 삼림이었는데 코끼리들이 그 삼림을 파괴하여 초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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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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