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삼중주 7번 B flat 장조 `대공(Op. 97)`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1810년 여름에서 1811년 3월 사이에 작곡해 1814년 4월 11일에 초연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피아노 삼중주곡이다. 베토벤의 후원자이자 유능한 피아니스트였던 루돌프 대공(1788-1831)에게 헌정된 까닭에 `대공`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귀족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실내악곡이다. 1814년 4월 11일에 대공 3중주곡이 빈에서 초연될 당시, 이그나츠 슈판치히가 바이올린을 맡고 요제프 링케가 첼로, 베토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당시 청력의 이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던 베토벤은 연주에 어려움을 겪고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그만두게 됐다.

초연 당일 리허설을 지켜본 작곡가 루이 슈포어는 베토벤의 연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피아노의 음이 맞지 않았으나 베토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를 거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악화된 청력에도 불구하고 기교는 대단했으며 이는 존경할 만했다. 포르테 부분에서 귀먹은 이 불쌍한 음악가는 현악기의 소리가 묻힐 정도로 크게 연주했고 피아노 부분에선 지나치게 작게 연주해서 아예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비록 베토벤의 청력 이상으로 초연 무대는 완벽하지 않았으나, 초연 이후 대공 3중주곡은 그 뛰어난 예술성으로 인해 베토벤의 실내악곡 가운데 널리 사랑받게 됐다. 당시 실내악곡은 대개 귀족의 궁정에서 소수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곤 했지만, 대공 3중주곡은 베토벤 자신을 포함한 전문 연주가들의 연주로 대중을 위한 공연장에서 초연됐다.

이는 당시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시 베토벤을 후원해 주었던 귀족사회는 몰락하고 대신 부르주아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3중주곡이 오늘날 전문가뿐 아니라 많은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이 곡이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고자 했던 베토벤의 의도가 담긴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즉 음악 자체에는 귀족적이고 절제된 기품이 흐르면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중산층의 취향을 고려한 베토벤의 이 작품은 그래서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