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사가 올해 추석이 지난 후인 다음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이 대면상봉 행사에 참가하는 이산가족은 남북한 합쳐 100가족으로 정해졌다. 이어 10월 22일과 23일 이틀간 40가족씩 모두 80가족의 화상상봉이 추진되고 11월중 대면상봉 행사를 재차 열기로 했다고 한다. 다음달 남북 이산가족 대면상봉이 성사되면 3년만에 다시 이루어지는 것이고 화상상봉은 2007년 이후 6년만이라고 한다.

이산가족의 애끓는 심정을 생각하면 3년만의 재상봉도 잘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에 접수된 이산가족만 7만2882명이나 된다. 매년 계속된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적은 숫자다. 당초 우리측은 200가족 상봉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은 반대했다. 장소도 우리는 서울과 평양을 주장했지만 결국 금강산으로 낙착됐다. 협상이라는 게 100% 관철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긴 하나 상봉은커녕 소식 한번 교환하지 못한 이산가족이 대다수이고, 이들의 80% 이상이 70세가 넘는 고령자라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주력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바이다. 갈수록 쪼들리는 그들로서는 연간 3000만 달러에 달했다는 금강산 입산료 수입이 더 절실할 것이다. 때문에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개최를 8월 말-9월 초에 열자고 독촉하다시피 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는 다음달 25일 금강산에서 하자고 수정제안을 한 상태다. 북한측을 배려한 제안으로까지 보이는데, 그들은 따져볼 게 많은지 이에 대한 답을 아직은 내놓지 않고 있다.

북측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적 사안으로 여기기보다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왔다. 그래서 선심 쓰듯 부정기적으로, 많아봐야 100가족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절충형 협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찔끔찔끔 이어갈 것인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다른 차원의, 큰 틀에서의 접근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과거 동독-서독 간 사례가 참고가 될 듯하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마찬가지의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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