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세종취재본부 부장

요즘 "이러다가 정말 나라 망하는 거 아냐"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성세대의 쓸데없는 걱정이나 엄살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치상으로는 2008년 이후 연속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 전년에 비해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282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연속흑자를 내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면을 보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수출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구조 탓이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비중은 57.4%이다. 2위인 독일과는 6% 포인트 이상 차이 나고, 경쟁국인 중국(27.7%), 일본(15.3%), 미국(14.0%)과는 2-4배나 차이난다.

GDP에서 수출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외부요인에 의해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신보호주의정책도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가 2010년에 225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67건으로 폭증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우리 제품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견제가 2배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출비중이 높은 경제구조 속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전차(電車)군단'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수 년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아직은 건재하다. 삼성전자는 TV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세계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으로 8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9조5300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9조원 시대를 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의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 6월 말 이후 베어마켓(약세장)으로 떨어진 게 벌써 4번째다. 이처럼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해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전세계에서 TV와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ZTE·화웨이·레노버 등 중국 3대 전자 메이커의 추격이 무섭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강점을 지니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2.2%를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에는 41.0%까지 떨어지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34%대까지 곤두박질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해 말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이 밀어붙인 엔저 드라이브로 일본차에 밀리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1·4분기 영업이익이 37%나 급감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특정 대기업 몇 곳의 영업실적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복지만 외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비과세·감면제도를 폐지하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세금을 부과시키고,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지만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 모두 지금 살기도 팍팍하다고 하는데 쥐어짠들 돈이 나오겠는가. 그리고 복지는 마약중독과도 같다. 한 번 시작하면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게 복지이다. 그렇기에 선진국에서도 복지제도 도입을 할 때 오랫동안 논의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복지하자"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속도도 빠르다. 2017년이면 고령화율이 15.6%에 달한다고 한다. 고령화사회가 될수록 정부의 복지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 복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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