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탱자로 변했다`는 뜻으로 `사람이나 사물이 환경과 조건에 따라 나쁘게 변한 것`을 비유한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유래했다.

`안자(晏子)`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초(楚)나라 왕이 주변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안앵(晏 )은 제(齊)나라에서 언변이 뛰어난 사람인데, 곧 우리나라로 온다고 합니다. 내가 그에게 모욕을 주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신하들이 답했다. "그가 오면 제가 한 사람을 포박하여 임금님 앞을 지나가겠습니다. 그러면 왕께서는 `그는 누구인가`라고 물으십시오. 그럼 제가 `제나라 사람입니다`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럼 왕께서는 또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고 물으십시오. 그럼 제가 `절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 `안자`가 도착하자 초나라 왕은 `안자`에게 술을 하사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 앞으로 다가왔다(酒감, 吏二縛一人詣王). 왕이 물었다. "포박된 이 자는 누구인가(縛者曷爲者也)?" 관리가 답했다. "제나라 사람인데 절도죄를 지었습니다(齊人也, 坐盜)." 왕이 `안자`를 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정말 도둑질을 잘하는군요." 안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하였다.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귤이 회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되지만 회하 북쪽에서 나면 탱자가 되며, 잎만 비슷할 뿐 열매는 맛이 다르다(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則爲枳, 葉徒相似, 其實味不同).`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물과 토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水土異也). 지금 백성이 제나라에서 태어나면 도둑질을 하지 않는데, 초나라로 오면 도둑질을 합니다(今民生長于齊不盜, 入楚則盜). 혹시 초나라의 물과 토양이 백성들을 도둑질 잘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요(得無楚之水土使民善盜耶)." 요즘 16년여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대부분 환수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다 보니, 탱자도 귤로 바뀌는 게 아닐까.

충남대 중문과 교수·공자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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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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