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순 현대음악 작곡가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나의 생각이 공연으로 만들어지고, 그 공연에 사람들이 찾아오며 관람 중 그들의 공감대가 공연 기획 의도에 근접해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짜릿한 희열에 행복해진다.

공연 기획자! 이들 중 클래식 공연 기획자는 극소수이다. '왜 적은지?'에 대한 답으로 물론 '일반 대중 음악 공연보다 클래식 공연의 성공 사례가 매우 적어 부귀영화를 보지 못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서'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한, '그 어떤 장르보다 전문 지식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서'라고 답하고 싶다.

기획자는 모든 악기와 음악 사조별 특징을 이해하며, 그 시대의 작곡가들과 그들이 작곡한 수많은 곡들을 해박한 지식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감각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적시적소에 그 곡들을 기억하며 적절한 수준 높은 구성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한 후, 공연에 잘 어울리는 연주자를 섭외하는 일은 그 공연의 성패를 좌우한다.

클래식 공연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것 중 하나는 '예민한 귀'이다. 평소 많은 연주자들을 눈여겨보며 그들의 연주를 들을 때 예민한 귀로 연주 특성 등을 파악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연주자를 섭외할 때 공연의 콘셉트 및 연주자의 프로필과 연주력뿐만 아니라 일반인, 클래식 마니아 그리고 음악 전공자 등이 그 공연의 관람객이 되었을 때의 입장을 고려하며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때 같은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끼리 여러 측면에서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처럼 클래식 공연 기획자는 '전문지식'과 '예민한 귀'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배려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인격'까지 갖추어야 한다.

때문에 큰돈을 바라고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은 금세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예술가들에게 상처를 선물로 남기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른 채 홀연히 떠나가 버리기도 한다.

요즘은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욱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클래식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공자가 감소하여 역사 깊던 대학의 클래식 음악과들이 폐과되거나 실용음악과로 바뀌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좋은 연주자들이 길러지지 않으면 미래의 클래식 음악계의 앞날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클래식 음악 기획자들의 더 큰 활약이 필요하다. 대중과 연주자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다리 역할을 하며, 끊임없는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즐겁고도 감동 있는 공연들을 기획해 나가야 한다.

2013년, 클래식 음악 공연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자격 조건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걷는 '우직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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