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 만들기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한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신혼집에서 사랑이 가득한 웃음을 주고 받는다. 신혼부부의 애정행각에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이 고정되는 것도 잠시, 주부들은 더 특별한 것을 발견한다.

여주인공이 행복한 얼굴로 기댄 옷장이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존재를 날려 버릴 만큼 시선을 자극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신선한 디자인에 친환경 원목으로 만든 옷장이 어느 브랜드인지 궁금해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보지만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DIY(Do it Yourself) 가구라는 것. 주부들은 곧바로 남편을 닦달한다. "집에 있는 가구가 다 낡았는데 구입하기는 부담스럽고 이 참에 취미 삼아 당신이 직접 만들어 보지 않으려우?" 남편들은 대번에 당황하면서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며 화를 내겠지만 그래도 몇 명은 아내의 이같은 무모한 요구를 받아들여 DIY에 입문한다. 아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가구를 직접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한 선택이다.

물론 DIY에 입문했다 해도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옷장을 만들 수는 없다. 취미를 넘어 직업적인 노력과 훈련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입문자 상당수는 자신의 손으로 집안의 작은 소품을 만들어 가면서 그 만의 매력에 빠진다. 필통이나 수납박스를 만들다가 간이의자, 티 테이블, 서랍장 등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어느 새 집안의 가구 대부분이 자신이 재단하고 못질하고 마감질 한 나무들로 채운다. 여기서 느끼는 보람과 행복은 주말에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거나 평일 저녁 소주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결혼해서 처음으로 아내가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고 즐거워하는 이들도 많다. 부부 관계가 더 살가워지고 자녀들에게도 더욱 든든한 가장이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에 찌들어 언제나 힘든 모습은 사라지고 마술사처럼 뭐든지 만들어 내는 아빠는 자녀들의 자랑이 된다.

원래 DIY는 세계 2차 대전 직후 영국에서 유래됐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주택 수리와 개선에 대한 정보지로 `DO IT YOURSELF`지가 발간되기도 했다. 취미가 아닌 생존을 위해 시작됐기 때문에 서구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DIY가구가 국내에 도입돼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7-8년이 넘었지만 드라마 속에서의 꾸준한 노출과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으로 DIY가구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DIY의 매력은 한계가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 수준까지 기량을 연마하려면 수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막상 그 수준까지 올라가면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끊임 없이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다 그 결과물 또한 매력적이다. 본인이 원하는 물건이건, 가족이나 지인들이 원하는 물건이건 간에 완성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만든 정성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흐뭇하다. 분야도 다양해졌다. 가구를 넘어 자동차, 도자기, 의류 등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내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DIY의 세계에 있다. 남들과 다르게 그 분야에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물건을 만들어 소중히 간직한다. 취미생활을 넘어 직업이 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빛나는 매력을 지닌 DIY의 세계를 살펴본다.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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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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