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도 DIY 시대

DIY용 자동차 후방 감지 카메라 제품이 출시돼 범퍼에 구멍을 내고 복잡한 전선을 연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도 운전자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DIY용 자동차 후방 감지 카메라 제품이 출시돼 범퍼에 구멍을 내고 복잡한 전선을 연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도 운전자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1. 김기석(40)씨는 최근 아내가 새로 구입한 중고차에 후방 감지 카메라를 직접 달아주었다. 방문 과외 교사인 아내는 운전이 서툴러 주차할 때 벽이나 화단에 뒷 범퍼를 부딪히는 일이 잦아 안전 운전을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후방 카메라가 달려 있는 차량은 등급이 다르다 보니 가격 차이가 제법 컸다. 자동차 DIY에 대한 기초적인 장비와 기술이 있어 김씨는 자신 있게 직접 작업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치법은 DIY용으로 출시된 제품에 포함돼 있고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그러나 뒷 범퍼에 작은 구멍을 내는 것부터 시작해 전선을 연결하고 모니터와 센서를 부착하는 것까지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고되고 긴 작업이었다. 고생스러웠지만 아내가 오랜만에 "여보, 정말 고마워요"라고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면서 푸짐한 저녁을 준비하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뒷 모습을 보며 보람이 컸다.

#2. 미혼인 이모(35·여)씨는 지난해 장만한 새차 꾸미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시트 커버와 카 매트를 본인이 좋아하는 빨간 색으로 꾸미고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도 빨간색 `카본 시트지`로 꾸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천장과 도어에도 풍절음 차단 방음제를 직접 시공했다. 용품점에 맡기려니 공임비가 만만치 않았고 이왕이면 자신이 직접 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트렁크에는 여러 개의 차량용 박스를 활용해 신발류, 운동복, 자동차 세차 용품과 공구 등을 각각 구분해서 정리했다. 이씨는 "조금씩 꾸미다 보니 어느 샌가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주위에서 `그러니 남자를 못 만나지`라고 핀잔을 주는데도 차량을 꾸미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비싼 공임비를 아끼거나 특별한 개성을 연출하기 위해 스스로 차량을 관리하는 `자동차 DIY`족도 늘고 있다. 차량 관리를 운전자가 직접 하게 되면 안전한 운전과 예방 차원의 정비가 가능해 진다.

자동차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더라도 와이퍼나 워셔액을 본인의 손으로 교체하면서 본닛을 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직업적인 차량 정비사 만큼이나 실력을 뽐내는 일반인도 있지만 대부분 인테리어나 간단한 기기 설치 등에 치중돼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DIY용 제품이 따로 출시되면서 자세한 설치법을 제품에 첨부해 소비자들의 문턱을 낮췄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차량 내부를 세련되고 쾌적하게 연출할 수 있는데다 방법도 쉽고 간편한 편이다.

초보자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카본 시트지를 활용해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카본은 슈퍼카나 고가의 자전거 등에 쓰이는 신소재다. 카본 표면을 본뜬 시트지를 잘만 활용하면 내부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바꿀 수 있고 차량 외부에 붙이면 무광 효과도 낼 수 있다.

기온이 오르고 햇빛이 강해지면서 `대시보드 커버`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제품은 실내 운전석 전면 대시 보드 위에 부착하는 기능성 인테리어 제품이다. 광택으로 인한 눈부심을 방지해 주고 미세먼지를 흡착해 청결을 유지해 주고 설치가 간편해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할 수 있다.

블랙 박스나 후방 감시 카메라 설치는 물론 배터리까지 직접 설치하는 운전자도 많다. 대부분의 제품에는 설치법이 소개돼 있으나 전선 작업은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방수나 합선 등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의욕만 앞세워 처음부터 직접 설치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차량에서 전자제품 사용이 늘면서 정비업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교체할 수 있다. 보통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5만원대 제품들이 팔리며 배터리 교체시 필요한 공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1만-2만원대 `중고 복원배터리`도 출시돼 있다.

자동차 DIY 용품점 관계자는 "공임비가 비싼 미국에는 자가 정비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는 정비보다는 인테리어나 전자제품 부착 등 부가기능을 운전자 스스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관련 용품들에 대한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고 말했다. 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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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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