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산증인을 찾아서] ⑦ 백종태 씨아이제이 대표

2000년 3월에 설립된 이후 10년 동안 줄곧 이동통신관련 부품을 주로 생산해 왔던 씨아이제이는 2010년을 기점으로 전혀 새로운 기업이 됐다. 기존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이동통신관련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휴대용 산소호흡기 개발에 뛰어든 것. 기업의 무게 중심을 산소호흡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씨아이제이는 3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7월 전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산소호흡기 `카이렌S`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도전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씨아이제이 백종태 대표를 만나봤다.

이른바 `슈퍼 갑`이라고 불리는 대기업들의 횡포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핵심기술을 빼앗거나 갑작스럽게 납품업체를 바꿔버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중소 부품업체들은 매 번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영업에 차질이 생겼고 대기업이 거래를 끊는 경우 그대로 부도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동통신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던 씨아이제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을`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것. 지속적인 거래를 해주는 대기업을 찾기 힘들었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씨아이제이 백종태(56) 대표는 "대기업을 상대로 부품을 납품하면서 2-3번 아쉬운 일들을 겪었다"며 "몇 차례 횡포를 겪고 나니 결국은 내가 바뀌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중대한 고민 끝에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고 새로운 사업을 꾸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일마다 외부 사람들을 초청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고 그 중 산소호흡기 사업에 관한 아이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에 방독면 중심의 산업에서 탈피해 좀더 효과적으로 인명을 구조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었다.

백 대표는 "현재도 연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재나 작업 등을 통해 목숨을 잃고 있는데 지금의 방독면은 이런 참사를 막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산소가 부족한 화재 현장 등에서 쓸 수 없고 무게가 많이 나가 휴대와 사용이 불편한 기존의 방독면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그는 "신개념 방독면은 마치 경호원들이 사용하는 권총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꺼내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존의 방독면은 너무 무겁고 커서 휴대하기가 힘들었다. 10-20초 사이에 생사가 결정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방독면을 찾아서 쓰기에는 무리가 따랐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생각한 방독면의 또 다른 한계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방독면의 원리가 유독가스를 걸러내 정화시킨 공기로 호흡을 하는 것인데 산소자체가 없는 장소에서는 결국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며 "공기중에 산소비율이 몇 프로만 떨어져도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원리를 다르게 접근했다. 내장된 산소를 가지고 숨을 쉴 수 있게 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른바 `신개념 방독면`을 위한 작업이 쉬웠던 것 만은 아니었다.

사업화를 위한 지식재산권 확보와 제품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백 대표는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3년간 준비하면서 모델을 12번도 넘게 바꿨다"며 "지식재산권 확보와 제품개발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중기청, 방재청 등에서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그동안 확보한 특허와 기술, 제품을 가지고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는 일이다. 또 거대자본을 이용해 시장 잠식을 노리는 대기업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일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는 "먼저 지식재산권을 확보했고 FTA로 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독자적인 시장을 열어 씨아이제이를 이른바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백종태 대표의 창조경제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납품단가 정상화계획은 엄밀히 말해서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납품단가와 관련된 내용은 결국 대기업과 종속적 관계를 갖고있는 부품제조업체에 한정된다. 납품만 해서는 창조를 해낼 수 없다. 창조경제란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인데 과거 정책의 답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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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태 씨아이제이 대표. 빈운용 기자
백종태 씨아이제이 대표. 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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