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展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고갱作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고갱作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서른다섯의 나이에 전업화가의 길을 택한 고갱, 그를 미술사는 후기인상주의 대표화가로 기록하고 있다. 브르타뉴의 시골마을 퐁타방(Pont-Aven)에서 과감한 원색과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분할법으로 현실과 상상을 접목한 종합주의 (Synthetism)회화기법을 도입해 새로운 미술사조의 선구자가 된 고갱은 인상주의 시대의 종말을 고한 최후의 인상파 화가로도 기록되고 있다.

세기말 서구사회에 불어 닥친 산업문명의 소용돌이를 뒤로 하고 남태평양 타히티섬에서 원시적 생활을 통해 삶과 존재의 근원을 집요하게 화폭에 담아내며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나아가 추상미술에 이르는 20세기 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갱의 진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展이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3층에서 열린다.

고갱이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랜 방랑과 타국에서의 힘들었던 삶 때문에 그의 작품은 세계 도처의 다양한 소장자들의 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 만큼 고갱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은 어떤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본 전시는 전세계 30여 미술관에 소장된 고갱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위시한 7곳의 미국 미술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한 20곳의 유럽 미술관, 그리고 모스크바 푸시킨 국립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30곳의 미술관에서 빌려 온 60여 점의 진품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명작을 만나는 감동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고갱 예술의 특징을 양분하는 브르타뉴시기 (Bretagne·1873-1891)와 폴리네시아시기(Polynesia·1893-1903) 의 대표 작품을 모아 고갱 예술의 발자취와 의미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갱 예술의 위대함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몇몇 작품에 함축되어 있다. 전시사상 세계최초로 한자리에 소개되는 고갱의 3대 걸작('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이 고갱 예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작품들로서 본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의 삶과 예술이 남긴 의미와 감동을 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특히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 우리는 무엇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는 고갱의 폴리네시아 시기를 상징하는 걸작이자 고갱 예술의 유언적 상징성을 지닌 작품이다. 폭 4m에 달하는 벽화양식의 이 걸작은 고갱의 작품 중 크기가 가장 큰 작품으로 지난 50년간 단 세 번의 외유만 가능했던 보스턴 미술관 소장작품이다. 3년간의 섭외 작업 끝에 극적으로 국내 전시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고갱 예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고갱 작품과 현대미술작품을 접목시키며 '고갱의 재해석'을 시도한 이번 전시는 고갱의 독특한 미술사적 양식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고갱 정신을 계승한 21세기 현대작품들을 병치함으로써 미학의 통시대성을 강조한 만큼 현대미술작품의 시각적인 개입을 통해 고갱이 추구하던 낙원의 의미를 다채롭게 해석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문의 ☎ 1588-2618.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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