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내년 6월 대전시장 선거는 도래하지 않은 선거다. 선거관련 기본 정보가 아직 채워지기 전이다. 그러므로 내년 시장 선거에 관한한 포털 사이트 상에서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필요한 정보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일체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다. 유일한 방법은 이전 다섯 번의 민선 시장 선거 자료를 추출해 내년 선거를 전망해 보는 것이다.

먼저, 그간 다섯 차례의 민선 시장 선거에 대한 기초 자료 모음이다. 1회는 선거는 95년 6월 치러졌고, 이 선거에 한해 임기 3년을 적용했다. 그래서 3년 뒤인 98년 6월에 2회 선거를 실시했고 이후 단체장 임기는 4년이 됐다. 또 그동안 공식 후보자 명부에 오른 인원은 21명으로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정보에 나와 있다. 5로 나누면 평균 4명 꼴이다. 4대1의 경쟁률을 뚫은 사람만이 시장직을 회득했음을 뜻한다. 정당 공천 과정에서 걸러지면 여당 후보와 야권 유력후보 간 1대1 구도가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무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

5회 선거까지의 시장직 `독과점` 현상도 눈여겨 봄직하다. 선거가 다섯 번 있었으니 시장도 당연히 다섯 명 배출했다. 95년 6월부터 내년 6월까지 합산하면 임기 19년이다. 그런데 시장직에 오른 사람은 딱 세 명이다. 당선 순으로 치면 홍선기(1·2회 선거), 염홍철(3·5회 선거), 박성효(4회 선거)다. 재임기간으로 환산하면 홍 전 시장 7년, 염 시장 8년, 현 새누리당 박 의원 4년 등이다. 여기에서 역대 시장 선거에서의 코드 비슷한 게 확인된다. 하나는 시장직 진입 벽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유권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인물들의 당선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내년 선거 때 그냥 참고할 만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재선횟수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섯 번 시장 선거에서 연속으로 당선된 사람은 홍 전시장 한 사람이다. 정국변수에 힘 입은 바 크지만 그는 2회 선거에서 7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염 시장의 경우도 재선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6년 5월 4회 선거 때 낙선하는 바람에 연속 당선엔 실패했다. 박 의원도 흡사한 패턴을 밟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년 6월 5회 선거에서 패퇴함으로써 역시 연속 당선 불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 그는 여건이 성숙되면 내년 6월 선거 때 설욕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년 시장선거를 전망하면서 하나 더 추가될 수 있는 변인(變因)은 정당이다. 다섯 번 선거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동일 당적으로 출마해 연속 당선된 케이스는 홍 전 시장 뿐이다. 자민련 당적으로 두번 당선됐으며 3선 운은 닿지 않았다. 소속 정당의 퇴조를 역류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염 시장은 처음 한나라당 당적으로 당선됐다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서 떨어졌고 그 다음엔 자유선진당(현 당적은 새누리당)으로 이적해 승리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박 의원은 같은 당적의 여당 후보가 돼서는 고배를 마셨다. 역대 시장 선거사엔 이런 흐름이 있었다. 어떤 법칙 같은 것인지 유권자들의 투표 양태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역대 시장선거는 특히 제1 야당 후보로선 잔혹사였다. 1회, 4회, 5회 세 차례 후보를 출전시켰지만 시장직 문을 열진 못했다. 세 번 모두 당명도 달랐다. 민주당으로 시작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의 분열했다가 도로 민주당 이름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런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선 투지를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 재선 의원을 지냈고 시정을 꿰고 있는 권선택 전 의원 카드에 대한 믿음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권 전 의원도 배수진을 쳐놓고 보폭을 확장하는 듯한 분위기다.

내년 시장선거의 불가측성을 높이는 변수는 이런 것 외에도 많다. 당장 여당만 해도 정용기 대덕구청장이 가세해 세대 경쟁의 불을 지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옛 선진당계 인사중에선 이재선 전 의원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내년 대전시장 선거는 그래서 `대전(大戰)`으로 확전되거나 `내전(內戰)` 양상으로 번진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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