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라는 농기구는 흙을 뜨고 파는 데 쓰인다. 나무를 자루와 몸이 하나가 되도록 깎고 둥글넓적한 몸 끝에 말굽쇠 모양의 쇠 날을 끼웠다. 한 사람이 자루를 잡고 흙을 떠서 밀면 양쪽에서 두 사람이 그 줄을 당겨 흙을 던진다. 예전엔 그 쓰임이 매우 많았지만 요즘은 보기가 쉽질 않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곧잘 인용된다. 커지기 전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될 일을 마냥 소홀히 했다가 나중에 곤혹을 치르거나 큰 힘을 들이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 이면엔 현명치 못한 처신에 대한 비꼼의 속 뜻도 담겨 있다.
서해안 유류 피해 보상 문제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측의 행태를 보며 이 속담이 연상케 되는 것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얼마전 국회 유류 특위 위원은 이런 말을 귀뜸했다. "삼성측이 피해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상 문제를 무슨 거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보상 금액을 쥐꼬리 만치 던져 놓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올리는 것 같다"며 개탄했다.
피해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마치 장사를 하듯 흥정의 시각으로 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내가 읽힌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 중공업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 봐도 이런 의도가 확연히 감지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이렇게 간과해도 되는 것인 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삼성측의 시각이 이러니 피해민들의 눈높이와 엄청난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제출한 최종안은 여전히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5000억 원의 수준과는 격차가 매우 컸다. 순수한 출연금도 아니고 지역 지원 사업 500억 원을 포함해 대략 2700-2800억 원 정도가 고작이다. 국회 협의체에서 으름장을 놔가며 되돌려 보낸 끝에 이 정도를 내 놨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국회는 삼성의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고 보고 조만간 특위 차원에서 삼성그룹 본사를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그룹의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도 전달한다. 피해 주민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유류 피해 투쟁은 한층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삼성측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 지 자성할 일이다. 우명균 서울지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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