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곳을 지나다보면 밴드들의 연습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다른 강의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곳 노천극장에 교내 밴드동아리들의 연습실이 위치해 있는 것. 그런데 열정 넘치고 신나게만 보였던 그들에게도 알고 보니 말 못할 사연들이 숨어있었다.
먼저 충남대 밴드동아리 `Flamez`의 연습실을 찾아갔다. 그들은 평소 연습실에 10명 정도가 있는데, 이곳이 2평 남짓한 공간이라 매우 비좁다며 말문을 텄다. `Flamez` 회장 김주현 씨(21)는 "학교 지원금이 전혀 없다. 연습실 내부에 설치된 에어컨도 동문 선배들이 다 사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내 축제 공연을 할 때도,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들을 일일이 우리가 다 알아서 옮겨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앙동아리가 아닌, 단과대학 밴드동아리의 연습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충남대 수의대학 밴드동아리 `Thunder Bird`는 이전에 사용하던 컨테이너박스 연습실마저 불법 건물로 신고당해, 한 유령동아리의 창고로 쓰이던 연습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그들의 연습실엔 에어컨이 없음은 물론, 날개 없는 선풍기만이 벽에 걸려 있었다.
충남대 수의대학 밴드동아리 `Thunder Bird` 보컬 박형철 씨(22)는 "얼마 전 공연이 있어서 여름방학 동안 이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는데, 15분만 연습해도 멤버들 모두 땀이 줄줄 나더라"고 말했다.
타 대학 역시 마찬가지일까. 배재대 밴드동아리의 한 학생은 "충남대의 밴드 연습실을 가봤더니 많이 열악해 보였다. 우리는 규모도 비교적 크고,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학교 측에서 바로 수리를 해 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밴드동아리의 한 학생은 "한 학기 당 100만원의 교내지원금을 받는다. 물론 공연을 다니다보면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행사 수익금이나 동아리 회비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노천극장을 나와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올해 신축한 공대 5호관을 발견했다. 밴드 동아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서였을까. 이날따라 날로 증축되고 있는 공과대학과 오래된 노천극장의 모습이 몹시 대비되어 보였다.
임유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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