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북카페 내부 모습
사진=북카페 내부 모습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시 들린 카이스트 도서관. 어디 마실 거 없나 찾아보는 찰나 1층 서점 옆에 북카페가 하나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어갔는데 웬걸! 시원한 음료보다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사장님.. 이 어지러운 건 뭐죠?

2~3년 전 쯤 인가, 갑자기 카이스트에서 들려온 안타까운 자살 소식들. 그 중에는 북카페의 단골손님이셔서 사장님과 대화도 나눴던 학생도 있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사장님께서 마음이 너무 아프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카이스트 내 어떤 학과 학생들의 부탁으로 카페에 포스트잇과 안 쓰는 물건들을 나눌 수 있는 상자를 놓게 되었다. 흔쾌히 허락하시고는 사장님도 궁금해서 그 주변을 계속 관찰하셨다. "상자 주변에 학생들이 하나 둘 자신들의 속마음을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걸 봤어요. 거기에 또 얼굴도 모르는 상대지만 속마음에 대한 진지한 코멘트도 달리는 거예요." 사장님께선 그 광경을 보며 `아, 학생들에게도 숨 쉴 곳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고민 포스트잇.` 작은 상자 앞에 누군가 고민을 적으면 그 상자 안에 답변을 넣어두는 방식이다. 사장님께서 하시는 일은 포스트잇이 떨어질 때 마다 채워 놓는 것과 너무 장난스럽게 적힌 포스트잇을 정리하는 것이다.

포스트잇은 이제 그 양이 많아져 입구 벽 부분을 제법 채웠다. `봄 타는 것 같다`는 고민, `우리 학교는 너무 빡센거 아닌가요?`라는 학업에 대한 고민, `솔로인 이유`에 대한 고민, `알차고 재밌는 일 어디 없을까요?`라는 고민까지. 학생들의 고민은 각양각색이었다. 작은 상자 앞에 이렇게 고민을 붙여놓으면 상자 안에는 다른 사람들의 답변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언제든지 상자의 뚜껑을 열어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카이스트 학생들의 글뿐 아니라 카이스트에 진학하겠다는 고등학생의 다짐, 초등학생의 다짐, 아이의 진학을 위한 학부모의 다짐을 적은 포스트잇들도 종종 보였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뿌듯하시다고.

"북카페에 들리는 학생들만큼은 희망을 갖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사장님은 가끔 카페에 혼자 오는 학생, 기숙사에 사는 학생 혹은 무리지어 오는 학생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두 마디라도 대화를 나누신다고 한다. 때로는 엄마처럼 건강도 챙겨주신다. 카페 메뉴에 건강음료가 추가된 것도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고 한다. 이런 사장님을 어느 학생들은 `엄마2`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학생은 졸업 후 자신의 어머니를 직접 모셔와 사장님께 소개해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길 원한다는 사장님. 카페 입구에 적힌 `좋은 아침 웃는 얼굴 즐거운 하루` 문구와 함께 오늘도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신다. 학생들 생각에 행복해하시는 사장님의 웃음이 손님들의 얼굴에도 같이 번지는 것 같다.

박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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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민 포스트잇` 상자
사진=`고민 포스트잇` 상자
사진=북카페 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
사진=북카페 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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