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대책 이후… 충청권 시장 들여다보니

청권 주택시장이 4·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극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권에서 주택관련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실수요자들이 `집 가진 가난한 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4·1 부동산 대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실수요자에게 취득세 면제 및 금융권의 혜택을 부여해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중에서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다. 6억 원 이하·85㎡ 이하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주택 구입 자금이 부족하면 은행의 재량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에 상관없이 빚을 낼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됐다. 금융권의 빚 규제를 풀어 주택 구매 심리만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빚을 내 집을 산 생애 최초 구매자들의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하우스푸어 신세로 내몰린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법안은 지난 4월 22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책 발표일인 4월 1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됐지만,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은 5월부터 본격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추이 역시 3월 중에는 평이한 수준을 보였지만 대책이 발표된 4월에는 `국회 통과 여부를 일단 지켜보자`는 수요자의 움직임에 따라 일시적으로 급감했다. 이후 법안이 본격 시행된 5월에 들어서 대출금액은 급증했다. 주택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실수요자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전의 주택대출 증감액은 3월 중 813억 원이었지만 4월에 들어서 422억 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5월에는 1111억 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도 3월 542억 원, 4월 -65억 원, 5월 368억 원으로 등락폭을 키웠으며, 충남 역시 3월 303억 원, 4월 -27억 원, 5월 578억 원의 추이를 나타냈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몰린 이후 주택 매매가격이 살아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택 구입 심리가 생애 최초 구매자 등에 국한되면서 시장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한계를 느낀 것이다.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를 보면 대전(4월 0.25%, 5월 0.15%), 세종(4월 0.63%, 5월 0.53%), 충남(4월 0.47%, 5월 -0.07%) 등 전 지역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되면서 공포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은 결혼을 앞둔 젊은층이 대다수다. 사회 입문과 동시에 무거운 빚더미를 안고 출발하는 씁쓸한 풍경을 자아낸 것. 대전의 한 직장인 박 모(32) 씨는 "4·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덜컥 빚을 지고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매매가격이 줄곧 하락하고 있어 집을 팔려고 해도 매입에 나서는 수요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며 하소연했다. 후속조치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납부할 경우 모두에게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전세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세입자를 구하려는 움직임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선 부동산 대책의 수요층은 금융권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대출금액을 내주고 이자액으로 수익을 챙기는 은행 입장에선 손님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별 대출 이자율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대출액 증가세는 은행 곳간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총체적으로 볼 때 서민을 위한 부동산 대책이 서민을 옥죄는 정부의 대책으로 전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강대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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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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