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면서 어른들에게까지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의외로 많은 감동을 경험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그림책 읽기 모임으로 독서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서점에서는 매월 그림책 한 권 읽기를 하고 있다. 그림책을 한 권 골라 전 임직원이 함께 읽고 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각자 한 권씩 읽고 발표하기도 한다. 어떤 직원은 베라 윌리엄스의 '엄마의 의자' 같은 가족 이야기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하고, 또 어떤 직원은 아프리카의 굶주림에 대한 책을 보고 세계 시민적인 생각을 전하기도 한다. 권윤덕의 '꽃할머니'를 읽은 직원은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를 돌아보고 새삼 역사의식을 갖기도 한다. 데미의 '빈 화분'은 세월이 변해도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는 '진실'과 '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주부의 역할과 서점 일을 병행해야 하는 직원들은 '돼지책'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아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는 친구', 레오 리오니의 '여섯 마리 까마귀' 같은 짧은 그림책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것이다. 심지어 바실리스 알렉사키스의 '너 왜 울어?' 같은 책을 소개하다가 자녀교육 문제까지 풀어간다. 이렇듯 그림책 읽기는 각자의 생각과 고민까지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제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편견이 무너졌다. 오히려 한 편의 시처럼 우리네 인생을 압축해 놓은 것이기에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하기에 좋은 책이다. 직장을 비롯한 대부분 함께하는 책 읽기가 두꺼운 책으로 하다 보니 억지로 하든지 아니면 용두사미가 되든지 너무 고급 독자 중심으로 가다 보니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워 우리의 독서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발상을 바꿀 때다. 이 그림책 읽기 모임이 직장독서문화나 가정 및 단체모임에서 행해진다면 우리 사회의 독서문화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계룡문고·책읽어주는아빠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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