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브랜드를 단 폴더폰 하나에도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이 설레였던 때가 있었다. 각종 첨단 기능을 탑재한 요즘의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성능은 한참 떨어지지만 삼성 휴대폰은 중국 젊은이들의 꿈이었다. 2000년대 초반, 폴더폰 가격이 100만 원을 호가했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심지어 삼성의 중고 휴대폰도 물량이 달릴 정도였다. 당시 한·중 기자협회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의 한 기자는 "대륙의 젊은 사람들은 삼성 휴대폰 알람으로 아침을 시작해 출·퇴근길에도 음악을 듣고, 잘 때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잔다"고 할 정도로 삼성 휴대폰은 일상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됐고, 삼성의 독주는 여전하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2분기 중국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삼성전자 제품으로 153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9.4%를 기록했다고 한다. 삼성의 독주는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중국의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 애플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각축장이었지만 시장판도가 변하고 있다. 삼성의 독주 속에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제품의 맹렬한 추격이다.

스마트폰 기술의 대중화는 삼성이나 애플의 성장세를 떨어뜨리고,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의 추격에 불을 당기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분기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19.4%로 1위를 차지했지만 ZTE와 화웨이, 레노버, 쿨패드 등 중국 4개 휴대폰 제조사들의 점유율 합계도 19%에 달했다. 중국 업체들이 엄청난 시장잠재력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삼성을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중저가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조만간 고가폰 시장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첨단기술 확보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멜팅 팟(Melting Pot)인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일류 제품이 밀려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인삼과 홍삼은 가격 경쟁력에서 맥을 못추고 나가 떨어졌다. 중국산이 한국 식탁을 점령한지도 오래됐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 중국의 시장 잠식 속도와 기술력 진보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들의 진일보와 선전을 기대해 본다.

김재철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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