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대통령부터 주부·학생 등 전국민의 관심사다.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이길래 이 난린가. 한마디로 인류문화에 관한 모든 정신과학을 통칭한다. `인간다움`을 밝히는 학문 즉, `교양을 위한 학문`, `인간의 정신을 고귀하고 완전하게 하는 학문` 등 인문학의 성찬이 필설로 부족할 정도지만 종국에는 인간 삶의 방식과 지혜의 샘이 되는 학문이다. 온 국민이 인문학을 놓고 야단 법석을 벌여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학문이란 얘기다.

인문학은 인간 정신문화의 들보 같은 존재다. 학문의 경중을 가리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삼두마차 격인 문(文)·사(史)·철(哲)은 뭇 학문 다 아우르고 있다. 문사철 즉 문학과 철학, 역사학은 학문의 백과 사전에 견불만 하다. 그만큼 넓고 깊다. 시와 소설은 인간의 삶과 의미를 탐구하고 시공을 뛰어 넘어 인간의 감성을 풍요롭게 한다. 철학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정신문화사의 등불이 되는 학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이 학문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역사학은 인간 삶의 궤적이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나침반 되는 학문이다. 문사철을 인문학의 동격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밥만으로 살수 없는 존재다. 만물의 영장인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헐벗고 굶주릴 때는 밥에 더 집착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본 모습은 아니다. 밥만 집착한다면 금수와 다를 게 없다. 마음의 양식, 정신의 굶주림도 채워야 한다. 정신적 굶주림을 채워줄 수 있는 일용한 양식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류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란 두개의 수레 바퀴가 균형을 이뤄 발전해 왔다. 어느 시대건 두 문명이 균형을 잃으면 존립이 위태로웠다. 영·정조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평하는 것도 정신문화가 꽃을 피웠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게다.

문·사·철은 사회를 떠받드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돈이 안되는 학문, 취업이 안돼 기피하는 학문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집단의 오판이다. 인문학을 홀대하고는 선진국 진입은 물론이고 국가미래도 어둡게 된다. 정신문명이 실종된 상태에서 물질만으로 쌓아 올린 국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전 인문·문화계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인문학 중흥의지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문학이 흥해야 나라가 사는 법이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변상섭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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