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안녕, 피터'

연극 '안녕, 피터'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작품으로 한국 연극계의 큰 별인 故 추송웅이 1977년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초연한 후 8년간 482회 15만 여명의 관객을 열광시킨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대전의 대표 마임이스트인 홍창종<사진>씨가 9월 29일까지 대전 유성구 궁동의 펀펀아트홀에서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공연을 해 연극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총을 맞고 사냥꾼들에게 붙잡혀온 한 야생원숭이가 빰을 스친 총알로 인해 생긴 흉터로 '빨간 피터'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피터는 이후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인간의 언어까지 배워 서커스 스타가 된다. 서커스 스타가 되어 큰 인기를 받으며 생활하던 피터는 어느 날 자신처럼 서커스단에 잡혀 온 암컷 원숭이 제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제리는 피터처럼 인간들을 흉내내며 서커스 하기를 거부한다. 어느 날 제리는 부상당한 몸으로 사람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제리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피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그 정신 병원에서 피터는 자신이 원숭이에서 스스로의 인간이 되려고 했던 과정을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말한다. 이 과정에서 원숭이 피터의 좌절과 고뇌를 통해 억압적 현실에 순응하는 것을 자유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운을 남긴다.

모노드라마 형식인 이 연극은 자칫 무거운 주제로 지루해 질 수 있지만 관객들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배우 홍창중의 능청스럽고 순발력 있는 연기와 공연 중간, 다양한 서커스 저글링(juggling) 쇼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있어 진정한 출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구속과 억압이 있는 자유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은 가능하며, 과연 그런 곳의 존재는 가능한 것인가? 실존적으로 그릇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구속의 자유를 당연시하고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또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빨간 피터의 출구 찾기는 자유를 향하는 생명력 넘치는 힘으로 보는 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끌어내 정체성 상실로 인한 죽음의 선택이란 놀라운 여행으로 이끌고 갈 것이다. 빨간 피터의 유쾌하지만 슬픈 흐름 속에서 모두의 마음에 잠재해 있는 순수와 진정성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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