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한국 사람들은 아주 좋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 '꿀'에 비교한다. '꿀맛 같다.',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허니(honey)' 또는 '스위트하트(sweetheart)'라고 한다. 피곤한 가운데 잠깐 잔 잠을 '단잠'이라고 하는 것처럼 열심히 일한 후 떠나는 휴가는 꿀맛처럼 달콤하다.

올해 나의 꿀맛 같은 휴가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다녀왔다. 그 덕분에 우리 부부는 조지아주 매리에타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손자의 멋진 밴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미국은 가을 풋볼게임이 있을 때면 경기에 앞서 밴드 공연이 열리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멋진 공연이다. 밴드는 경기 중간에 지친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공연은 가을에나 볼 수 있기 때문에 리허설이 한창인 손자를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기 때문인지 손자의 모습은 더욱 대견하게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이번 휴가 기간에는 나의 집 안팎 정리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인이 멀리 떠나 있어 돌봐주지 못한 화단은 마치 정글처럼 되어버려서 매일같이 가지치기를 하며 화단을 정리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조지아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조지아주에 있는 라니 호수도 물이 엄청나게 불어났고 토네이도를 방불케 하는 비바람에 피해가 많았다고 이웃들이 전했다. 나의 집에 있던 큰 나무도 그때 쓰러지면서 담장을 넘어 옆집 지붕 위로 쓰러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웃에 사과하고 크레인을 동원하여 나무를 치워야 했다.

집 수리를 하는 짬짬이 건강검진도 받아야 했다. 내 나이는 올해로 77세. 이번 휴가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을 방문했다. 감사하게도 진찰 결과가 모두 좋았다. 내 몸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휴가에서 얻은 커다란 소득이다.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 밀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도 나에게는 아주 달콤했던 순간이었다. 또, 조지아텍의 대학 관계자를 만나 우송대학교와의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발전적인 방향을 의논한 것도 이번 휴가의 성과였다.

많은 사람들과 휴가를 다녀온 경험담을 나누다 보면 예외 없이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큰 기대를 했으나 실망하기도 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나의 휴가도 예외는 없었다. 우리 부부는 고전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오페라, 교향곡, 작은 앙상블, 슈베르트 곡 등등. 하지만 애석하게도 애틀랜타의 뜨거운 습기로 인한 끈끈한 날씨는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작품을 즐길 축제는 물론, 미국을 떠나기 전 자주 가곤 했던 셰익스피어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 우리가 누리지 못한 건 축제뿐만이 아니었다. 뒷마당 식탁에서 즐기던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마치 폭격기처럼 공격하는 모기떼가 우리 가족의 여유를 빼앗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휴가는 참 '꿀맛 같았다'고 독자 여러분께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수년을 지내면서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더 빨리 가기 위해 휴식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방학에 학습 보충을 위해 학원을 전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두 빨리 가려고만 한다. 그런데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삶을 산 나로서는 빨리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빨리 가려면 그만큼 충분한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내 마음속 앨범에 끼워진 사진의 대부분은 휴식과 휴가 동안 얻은 것들이다. 그 사진들 덕분에 나의 일상이 보다 행복하고 즐거워진다고 단언할 수 있다.

매튜 에들런드의 '휴식'이라는 책을 보면 '휴식은 사회적 연결을 증가시키고, 생존율을 높이며, 개인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평생 기억될 단순하고 깊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독자 여러분 모두가 그 휴식을 맛볼 충분한 자격이 있다. 여러분만의 '꿀맛 같은 달콤한 휴식'을 즐기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의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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