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대우교수 언론인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구속에 이어 노무현 정부(2003~2008) 전군표 국세청장도 검찰이 수감했다. YS 정부(1993~1998) 출범 이후 MB 정부(2008~2012)까지 20년 정상배와 정부 요직이 공모한 권력형 비리가 요즈음 양파 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원전 브로커, 4대강 댐 건설 의혹, 김정일·노무현 NLL 대화록, 김정일·DJ 6·15 대화록, DJ·오부치 대화록, 전직 대통령들의 부정축재 등 항간에 떠돌던 의혹들도 투명하게 밝혀지길 국민들은 바란다.

대기업 비리 수사 중 국세청 부조리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권 허병익 국세청 차장과 전군표 청장 구속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이 조사했다. 놀라운 사실은 국세청 비리가 조직적이고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 큰 것이라는 점으로 그 파장이 걱정된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CJ로부터 받은 30만 달러는 청장 취임 축하금"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취임 축하금으로 3억 원을 받았다면 노무현 정부 권력형 비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 같다. 취임 축하금이 30만 달러면 재임 중 얼마를 착복하고 상납했단 말인가.

국세청이 부패 권력의 실세로 부상한 것은 김대중 정부(1998~2003)의 언론과 전쟁에서 국세청이 DJ 정부의 선봉장이 되고부터다. 그런 연유로 2000년 이후 역대 국세청장 대부분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검찰에 입건되었고 운 좋게 검찰 조사를 면한 사람은 3명뿐이다. 일부 국세청 고위직은 재임 중 대기업의 세금 업무를 도우며 뇌물을 받았고, 퇴임 후엔 로비스트로 활약했다고 한다. 퇴직 후 SK그룹에서 매달 5000만 원씩 자문료를 받았다는 한 국세청 전직 간부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3월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1개 팀 9명 전원이 세무조사 중 3억 원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국세청의 위아래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썩은 것은 YS 이후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정부에서도 일부 권력기관의 직권 남용과 부정부패가 있었지만 청와대 사정 특보팀이나 감사원 총무처 등 성역은 오염되지 않았었다. 신두영 청와대 사정특보는 김진만 이병옥 국회의원의 대기업 갈취를 대통령 친서로 제재했다. 정치 권력이 부패해도 차단하는 장치가 작동했다. YS 정부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대통령 아들·친인척·일부 실세가 수감되었으나 그들은 깃털이었다. YS~MB 정권의 권력형 부패의 본체와 연결고리는 공개되지 않았었다. 국가 기강이 무너져 민주화 이후 권력형 부패는 심각하다. 국세청장의 부패는 빙산의 일각이다. 썩지 않은 조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 "귀태(鬼胎)의 후손"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부패한 정치 권력을 멀리하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 척결이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집단은 개인 재산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이다. 6·25 후 이승만 대통령은 일본 소비상품에 대항할 수입대체 산업을 육성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공업 강화를 위해 대기업을 보호하고 규제해서 대기업 집단을 육성한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보호를 받았던 대기업 집단은 YS·DJ가 세계화 명분으로 자유화 방임하면서 대기업과 정치 권력이 야합하는 권력형 비리가 생겼다. CJ와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 사건은 그런 뒷거래의 하나다. 악질적인 정상배와 그 앞잡이들을 엄하게 다스려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만족한다. 대기업 집단의 위축은 피해야 한다. 대기업 집단은 법으로 규제되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기준으로 무죄라고 항변하는 전군표 피의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국세청 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새 정부에도 부패 세력이 기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종북 세력과 부패 세력을 서둘러 숙정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앞장서 기강을 바로 세우면 권력형 부정부패는 사라질 것이다.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 주변 정리와 철저한 신변보호가 필요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