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융진 지방부 당진주재

당진시 석문면 대난지도 주민 이종현씨가 옛 이름이 수록된 관광안내 팸플릿을 제작했다. <본보 29일자 12면 보도> 대난지도 면적은 5.082㎢로 대축적지도에서는 표시되지도 않을 정도의 크기다. 그런데 이 지도에 수록된 옛 명칭은 40개에 가깝다. 그것도 해안에 한정했다. 미시적으로 다가섰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물론 대난지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섬 내륙까지 곁들인다면 이는 틀림없이 완벽한 인문지리학 지도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요즘 산행하다 보면 주변은 '초록색'의 나무와 풀로 가득하다. 목적지에 빨리 가려는 급한 마음에 스쳐 지나가면 나무와 풀은 그저 초록색일 뿐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나무와 풀의 이름과 모양, 꽃의 형태와 색깔 등에 관심을 두면 산행은 신비로움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시도한다면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을 구분하고, 형태에서 전통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에 형성된 얼키설키한 관계를 유추해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종현씨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대난지도 해안 명칭에 관심을 두고 재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이렇게 읊었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렇다. 모든 것에 무관하면 그 대상은 검정이다. 검정은 모든 색의 총합이다. 반대로 검정에서는 오만가지 색이 풀어진다.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 검정에서도 오색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맛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검정은 그저 새까만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당진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곳이다. 이는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그만큼 외지인이 당진으로 유입된다는 말과 같다. 당진시는 이들에게 당진을 사랑하는 법을 일러주고 있다. 당진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구가하는 관광지나 유적이 별로 없다. 그러니 당진을 사랑하려면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라는 것이다. 당진이 타향이지만 그런 후에야 정 붙이고 살 만한 곳이 된다는 얘기다. 주변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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