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 (1972~)

- 음악파일 / 윤성택(1972~ )

당신은 칠월의 편린과 폭염을 기록하며

팔월의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이테에 제 일생을 녹음하는 나무들

매해 잎들이 매달려 음표처럼 흔들리곤 하지만

계절이 두고 간 끝은 연주하지 않는다

나는 볕드는 의자에 앉아 가방을 챙기듯

마음을 접은 사람이다, 구름의 갈피 안에서

지도의 일부처럼 발견되는 오후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기다림이 빙글빙글 LP판을 돌린다 잠시

새들이 날아와 제 부리를 깃 속에 내려놓는다

그늘이 사랑한 음(音)

각기 흔들리는 나선의 근황들,

당신은 다가오거나 지나치고 있다

칠월이 가고 어느새 팔월이 오고 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민족시인 이육사는 그의 고향 칠월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노래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칠월은 여유와 낭만이 아니라 늘 시련으로 오고 간다. 장마로 무너진 산사태와 가옥의 침수 그리고 건물의 파손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었다. 사건과 사고로 여러 명의 인명피해도 속출하였다. 이제 빗물에 얼룩진 곳에도 짱짱한 팔월의 땡볕이 내려쬘 것이다. 그러기에 팔월의 염천과 폭염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그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주자.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그늘이 되자. 어느 시인의 시를 패러디 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하나의 그늘이 되자. 시인은 나이테를 나무들이 제 일생을 녹음한 음악파일로 상상하였지만, 나무들의 나이테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나무들이 이 지상에 드리운 그늘의 흔적인 것이다.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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