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대우교수 언론인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38%, 민주당 지지도는 18% 정도로 나타났다고 한다. 2 대 1의 차이다. 정당 지지도에 관한 다른 조사들도 다소간 차이가 있으나 이런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새삼스런 충격인데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도가 이렇게도 낮을 수가 있을까 하는 데서 오는 순간 반응이다.

지금 민주당은 동정표를 많이 얻을 수도 있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은 새누리당이 질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4·11 총선은 새누리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그래서 패자에 대한 동정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런 사이클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작년의 두 차례 선거나 최근의 민주당 추락은 새누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너무 못한 결과다. 지금 하고 있는 짓도 마찬가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소재는 좋은데 요리 솜씨가 엉망이다.

지금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국정원사건 조사특위만 해도 그렇다. 검찰이 국정원장과 서울 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길 정도로 새누리당에는 불리한 형국이다. 새 정권이 국가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을 인정한 것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도 죽을 쑤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민주당이다. 이런 호재를 눈앞에 놓고 엉뚱하게도 불쑥 NLL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민주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옹호하면서 새누리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알고 한 것인지 모르고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민주당으로서는 결정적인 패착이다. 천하가 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흡사 돈키호테처럼 평양에 갔고 어린아이처럼 흥분한 나머지 대통령 신분을 잠깐 잊어버린 듯한 처신을 하고 돌아왔다. NLL에 관한 한, 그는 영토선이 아니라는 둥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다른 기록을 통해서도 이미 다 나와 있는 사실이다.

백전백패하고 백해무익한 NLL 문제를 뚱딴지같이 던져 놓고 되지도 않을 것을 수호하느라고 총력을 경주하는 모습, 그래서 금성철벽 같은 고지를 빼앗기고 있는 우매한 모습. 이것이 바로 오늘의 민주당이다. 더 우스운 꼴은 이 악재를 들고 민주당을 불속으로 밀어넣은 사람에 대해서는 출당을 시켜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그를 치켜세워 국정원사건 국정조사 특위에까지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이 악재의 주인공은 국정조사 회의장에서 상대당 의원을 가리켜 인간도 아니라는 등 해서는 안 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시비에 걸려 또 다른 악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민주당이 사는 길은 더 이상 죽을 쑤지 않도록 진로를 바꾸고 당을 정비하는 일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곳이 아니라 조용하고 냉철한 이성이 이기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2007년 10월의 잘못된 남북정상회담을 변호하려고 똥고집을 부리며 아까운 정력과 시간을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은 깨끗이 시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칼자루를 쥔 국정조사에서도 굳이 저질 발언 등으로 소동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리한 정세를 활용하고 동시에 민생국회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정국도 주도하고 인기도 금방 올라갈 것이다.

이 쉬운 일을 못한 곳이 바로 지금의 민주당이다. 그나마 김한길 대표의 유연성은 한 가닥 희망이다. 그러나 역부족인 것 같다. 아직도 당내에는 강경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운동권 시대에는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수십 년 전의 앨범 속 주인공들은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집권의 기회는 갈수록 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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