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는 수많은 위인을 배출했지만, 특히 동춘 송준길과 우암 송시열은 충청인의 자랑이다. 이들은 충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문화적 자부심이다. 이들의 학문과 인생은 그러한 면모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동춘과 우암은 성리학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체계화했으며, 예학으로 인간 존엄성을 현실사회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으며, 춘추의리를 들어 세계 최강국이었던 청나라를 대하는 한국의 국격을 확립했다. 평생 이러한 일을 자신의 학문으로 삼고 사업으로 추진하던 동춘과 우암은 동문이자 동지였다.

동춘은 일찍이 병중에서 손자에게 명하여 `고산앙지(高山仰止)` 네 자를 써서 벽에 걸게 하고 말하기를 "우암이 이를 당할 수 있다" 하고, 또 `일조청빙(一條淸氷·한줄기 깨끗한 얼음)` 네 자를 써서 걸게 하고 말하기를 "이는 선배들이 하서(河西)·율곡(栗谷)을 흠모하고 숭상한 말인데 지금 세상에는 이와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동춘이 임종을 맞이하기 며칠 전 우암이 동춘을 찾아갔다. 동춘의 임종자리에서 우암과 동춘이 나눈 대화는 `송자대전`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의 인생 태도가 잘 나타난다.

동춘이 `고산앙지(高山仰止)`라고 쓴 글씨를 가리키며 우암에게 이르기를 "이 네 자는 공에게 해당한다" 하니, 우암이 사양하고 이어서 말하기를, "`일조청빙(一條淸氷)` 네 자는 형에게 해당합니다" 하였다.

`고산앙지`라는 말은 `시경`의 한 구절인 `고산앙지(高山仰止), 경행행지(景行行止)`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산은 사람이 우러르고, 큰 길은 사람이 따르네`라는 뜻으로 고산(高山)이나 경행(景行)은 공자의 도덕과 학문을 비유하는 말이다. `일조청빙(一條淸氷)`이라는 말은 한 가닥의 맑은 얼음이라는 뜻으로 인품과 행실의 맑고 깨끗한 면모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선비란 모름지기 높은 학문과 깨끗한 행실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는 뜻으로서 두 분은 이러한 인생을 지향하는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깨끗한 삶을 지향하는 마음은 한국인이 좋아하던 바이다. 이러한 고아한 인격과 문화적 가치는 한류문화의 바탕이 되어 한국인의 인격과 문화적 재창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