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독립기념관 감사 언론인

YS(김영삼)에서 MB(이명박) 정부까지 20년 쌓인 부패·국가기강 해이·윤리 타락이 마침내 폭발, 기상천외한 사건이 연일 신문을 장식한다. NLL 관련 김정일·노무현 대화록 소동, 야당 정치가들의 막말, 전직대통령 추징금 파동, 재벌의 세금 포탈, 광주시 국제 공문서 위조, 순국열사를 모독하는 막말시까지 공개돼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정상배와 종북좌파들의 이전투구로 미친 세상 같은 난국이지만 대통령을 신뢰하는 국민 지지가 상승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정부는 정체성과 정통성 정립·파워엘리트 숙정·종북좌파 척결을 서두르고, 미·중·일 외교를 통해 강대국의 내정 간섭과 국론 분열 획책을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기독교인 오찬에서 "막말정치가 부끄럽다"며 거친 말로 사회가 분열되고 신뢰도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12·19 대선을 앞두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외세 앞잡이로 왜곡 비방한 데 이어 11일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의 잉태)의 후손"이라고 폭언하고, 14일 이해찬 고문이 "박정희가 누구고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내뱉는 등 줄 이은 막말에 박 대통령이 입을 연 것 같다. "목사님들이 지도층 막말 없도록 기도하면 부끄러워서 자숙하지 않을까요"라고 박 대통령은 호소했다.

정치가의 막말은 정치권 밖으로도 번져 순국선열까지 막말로 조롱하는 세상이 되었다. 시인협회(회장 신달자)가 펴낸 '사람-시로 읽는 한국근대인물사'(민음사)에 '그리운 미친년 간다'로 시작하는 유관순 1을 기고한 정호승은 '창녀', '술집작부', '문둥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등의 시어를 사용한 유관순 연작시를 발표, 유관순 열사를 모독했다. 정호승은 12일 "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문둥이 술집작부 등으로 유관순 열사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고 고백하고 "순국선열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석고대죄하며 참회한다"고 신문광고를 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호승은 3·1 운동과 한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이른바 아지프로(선동 선전) 문학(?)이라고 자복하지는 않았지만 순국선열의 희생을 조롱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것만은 사죄했다. 정호승은 유관순 4에서 "함박눈 맞으며 창녀나 될 걸/ 흘린피 그리운 사내들의 품을 찾아/ …. 몸 파는 여자들만 봄을 기다리도록/ …. 눈을 밟으며 창녀나 될 걸." 유관순 5에는 "가야지/ 버림 받은 이 계집의 술집으로 가야지/ … 술동이 머리 이고 술 팔러 가야지." 유관순 3에는 "강 건너 도망가는 어머니여/ … 부끄러워 벌거벗은 바람난 어머니여/ 옷보따리 끼고 도망가는 어머니여"라는 9편 연작시 제목을 모두 유관순으로 했다.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욕되게 하고 순국정신을 훼손했다"고 정호승은 사죄했지만, 그의 글이 국어 교재에 수록됐고 문제의 시가 인터넷에 올라 있어 신문광고 사죄로 간단히 정리될 사건이 아닌 것 같다. 교육부와 문화부가 나서서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창녀 술집작부 등의 시어로 순국선열을 조롱하는 시를 학생들이 비판할 수 있는 역사 교육에 교사와 학부모가 나서야겠다.

" '한일합방'이 너무 조용했다"고 일본 기자가 놀란 지 10년 뒤 유관순 열사가 주동한 병천 교회 만세운동은 유 열사의 아버지 어머니 등 19명이 현장에서 순국한 처절한 독립투쟁의 시작으로 당시 미주 신한민보에도 크게 보도되었었다. 건국 전 1947년 9월 1일 이승만 김구 김규식 오세창 조병옥 서재필 정인보 최현배 이범석 김병로 백낙준 이인 씨 등 건국의 아버지들이 유 열사 기념사업회를 발족했으며 건국 후 정부는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열사를 상징적인 독립운동가로 교육했다. 북한식으로 사회주의운동을 부각시키는 역사 왜곡 파동 과정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막말시까지 나왔다. 박근혜정부는 국사 국어 교과서를 바로잡아 올곧은 역사의식과 국가의식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부패 척결과 국가 기강 확립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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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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