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초빙교수 언론인

북한은 우리 측의 군사훈련만 보면 극도로 흥분한다. 군대가 있으면 군사훈련이라는 것이 있고 동맹이 있으면 동맹국끼리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들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떼를 쓰다가 개성공단 문까지 닫았다. 한번 당해보라는 식이다. 우리 측은 선의로 개성공단을 만들었지만 그들은 남한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그것을 악용한 것이다. 상대의 선의를 악용하는 일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선의를 베풀기 어렵게 된다.

남측에 대한 용어 사용도 너무 사납다. 그들의 국영방송에 나오는 아나운서의 말투나 용어를 보면 도저히 한민족이 아니다. 그들의 당국자들 또한 금방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굳어 있고 흥분 일색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역적패당이란 용어를 관형사처럼 붙여서 사용했다.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는 괴뢰정권이라는 말로 약간 후퇴했지만 언제 또다시 역적패당 수준으로 되돌아갈는지 알 수 없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어렵다. 극단적인 용어들을 남발하는 것은 그만큼 겁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나운 개는 짖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이 진짜로 실력을 갖추었다면 그런 욕설이나 극언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코미디를 보듯이 웃어넘기고 있지만 그들의 국격이라는 것이 그 정도로 추락하는 것을 보는 동족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다. 이 지구상에는 남한과 북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이 코리안을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 낯이 뜨겁다. 차제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했다는 3대 신화 불가론은 건성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즉 우리 남쪽에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형님이니 아량을 베풀자(형님론), 북한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동정론), 미래를 위해 웬만하면 받아주자(전략적 사고론)는 사고가 있다는 것인데 아주 재미있는 분석이다.

우리 속담에도 손주 귀여워하다 코 묻은 밥 먹는다, 할아버지 수염 뽑힌다는 말이 있다. 북한은 항상 방아쇠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나라다. 그들의 통치자를 최고존엄이라고 부르며 신격화해 놓고 있다. 서른 살밖에 안 된다는 그 '최고존엄' 옆에는 항상 늙수그레한 별짜리들이 둘러싸고 다닌다. 그 어린 지도자 앞에서 수첩을 들고 쩔쩔매는 모습들은 보기에 딱하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나오는 것은 그들 체제의 속성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지독한 독재, 지독한 비밀주의, 지독한 보복주의의 당연한 산물이다. 모든 것이 국가 소유인 체제에서 1인의 '최고존엄'은 신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모자라 종교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체제가 김일성 3대에 걸쳐 60년도 넘게 계속되다 보니 '최고존엄'이 죽으면 부모가 죽은 때보다 더 억장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찍이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실험에서 증명한 바와 같이 인간과 동물의 조건반사 현상이다.

평양 거리를 가보면 가장 흔한 것이 혁명이라는 구호다. '우리 식 사회주의 건설'이 혁명의 목표다.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은 그들의 선택의 자유라 치자. 그런데 문제는 남한에서도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남조선 해방이라고 부른다. 즉 남조선은 미국의 식민지이며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괴뢰들이 점령하고 있으므로 해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식민지논리, 괴뢰논리가 북한 주민을 계속 굶겨가며 볶아댈 수 있는 합법적 이유다. 바로 여기서 혁명은 선이며 혁명의 적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선이라는 어거지하에 온갖 형태의 대남도발이 실행에 옮겨졌고 또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냉혹한 전제에는 눈을 감은 채, 남북대화라면 무조건 쌍수를 들고 손뼉을 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노벨상 욕심이나 빨리빨리병이 발동하면 큰일을 망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비수를 거두지 않고 여차하면 찌를 판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과연 불러야 하는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